호로비츠와 20세기 음악계를 양분해온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은 성공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훌륭한 연주를 위해, 쉬지 않고 열심히 연습하는 것 이상의 방법은 없다”고 한 말은 음악인들에게 경구로 통한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그 차이를 내가 알게 되고, 이틀 빼먹으면 평론가들이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알아챈다는 것이다. 그 때 가서 보완하려고 하면 이미 늦는다는 것을 그는 예민하게 알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했다. 첼로 거장 카잘스도 90대의 나이에도 매일 하루 6시간 연습을 강행했다. 연주자들이 한 곡을 무대에서 연주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느냐는 저마다 다르다. 신곡이라면 적어도 1500회 이상은 연주해본다는 게 프로들의 얘기다. 협연의 경우에는 그나마 악보를 보지만 독주 무대는 대체로 외워서 연주하는 만큼 더 많은 연습량을 필요로 한다. 암보는 연주자의 천재성과 동일시되곤 하지만 사실 연습량이 결정적이다. ‘피아노의 파가니니’로 불리는 리스트는 화려하고 기교적인 연주로 뭇여성들을 사로잡았는데 쇼맨십도 뛰어났다. 그는 연주 도중 객석을 향해 악보를 던져 자신의 암보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완벽주의자 피아니스트 리히터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면서 거의 스페셜리스트급으로 연주한다는 점이 놀랍다. 그는 평소의 소신 때문에 암보가 아닌 악보를 놓고 연주했다. 그런가하면 전곡 연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대부분의 연주를 암보로 소화해내지만 드물게 악보를 들고 연주하기도 한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통하는 중국의 피아니스트 윤디 리가 지난달 3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오케스트라 협연에서 음표를 빼먹거나 박자를 건너뛰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연주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피아노의 왕자‘도 연습부족 앞에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