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삼시세끼’에서 출연진들이 넉넉치 않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걸 보면 입이 벌어질 때가 많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게 옥택연이 베이컨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마트에서 쉽게 구입하는 베이컨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눈길이 꽂혔다.
그런 세련된 요리를 시골 구석에서 한다는 것도 신선했다. 만드는 과정은 한마디로 싱거웠다. 통 삼겹살에 굵은 소금을 잔뜩 넣고 허브를 넣어 재운 뒤 훈연시키는 것이다.
밤새 장작불 연기로 구워내는 게 과제라면 과제. 불 조절 실패로 한 쪽은 타버렸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한 베이컨이 만들어져 나온 게 신기했다. 한국인이 베이컨, 햄 등을 처음 먹게 된 때가 언제인지 정확치는 않지만 1900년대초로 추정된다.
고종이 아관파천 후 경운궁(덕수궁)을 거처로 삼고, 정동 일대에 재외 공관과 호텔, 외국인을 상대로 한 상점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부터다. 요즘 쉽게 맛볼 수 있는 서구 식재료들이 그때 처음 유입돼 당시 호텔에서 맛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사랑을 받았던 식품 중 하나는 잉글리쉬햄이었다.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햄이란 말이 바로 잉글리쉬햄에서 유래한 것이다. 전통적인 잉글리쉬햄을 만드는 방법은 훈연, 소금을 뿌려 절이기, 물과 소금, 설탕 등을 혼합해 담가 절이기 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햄과 소시지를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마트의 햄 소시지 코너에 발길이 뚝 끊겼다. 평소 같으면 금세 바닥이 날 시식용에도 손을 대지 않는다. 매일 50그램씩 먹으면 직장, 대장암이 18% 증가한다는 것인데, 비엔나 소시지 6개 분량이다. 정
부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가공육 섭취량은 6g이다. 비엔나 소시지 1개 분량도 안먹는다는 얘기다. 과연 그런가.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