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면에는 장소에 대한 간략한 기록도 있다. 이 화첩은 당초 제작 연도가 19세기 전반으로 추정됐으나 최근 정조의 지시로 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1791년 1월 박팽년의 후손인 영월부사 박기정이 정조의 특교를 받아 궁중화사를 동원, 같은 해 10월 전후 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보관된 이 ‘월중도’는 여러 번 보존처리됐다. 어느 시기엔가 좀이 슬어 메움작업을 하고 배접, 표지를 바꿨다. 종이 표지 위에 비단의 표제로 전통방식대로 새로 꾸민 것이다.
월중도는 1970년대 문화재관리국 시절, 또 한번 재수리가 이뤄졌다. 이 때는 화학염료로 염색된 색도화지로 표지를 새로 제작, 혹은 기존의 표지에 새로 덧붙이는 형태로 이뤄졌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제작된 화첩이라고 보기 어려운 격이 떨어지는 형태가 됐다. 이를 원래대로 복원하고자 해도 본래 형태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처지다.
장서각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당시 이관받은 국가왕실고전적과, 문중이 갖고 있다가 기탁한 민간사대부 전적 등을 보관하고 있다. 60여 가문에서 기탁 기증한 자료만 4만점이다. 보존처리가 시급한 것도 상당하다. 장서각의 자료 보존상태 전수조사(진행률 45%)에 따르면, 1명이 보존 처리를 담당했을 때 약 2000년이 걸린다고 한다. 보존처리 대상 선정과 처리방법 결정 등 원칙을 세우는 게 시급해 보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