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신경숙 표절’ 사태가 벌어진 지 5개월째다. 사태 직후 두 달여간 벌어진 후폭풍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그만큼 신경숙 작가에 대한 범국민적 사랑과 배신이 컸다는 얘기다. 당연히 90년대 이후 신 씨와 함께 커온 출판사 창비와 문학동네에 대한 시선도 따가왔다.
대중의 열은 식었지만 문단과 출판계의 후유증은 만만치 않다. 당사자인 두 출판사 수장이 동시에 물러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 현대문학의 한 축을 담당해온 계간 창작과비평의 백낙청 편집인이 25일 자사 문학상 시상식에서 사퇴를 공식 발표한다. 김윤수 발행인, 백영서 편집주간도 물러난다. ‘신경숙 표절’과 관련, ‘이상한 변명’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들이 모두 물러나는 셈이다.
앞서 신경숙을 밑거름 삼아 비약적으로 발전한 문학동네의 강태형 사장도 지난달 말,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계간 문학동네 1기 편집위원들도 24일 발간한 겨울호를 끝으로 작별을 고했다.
‘문학권력’으로 지목된 두 수장의 퇴진은 상징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두 출판사는 본질에서 다소 벗어난 ‘문학권력’이란 용어에 매달리는 인상이 짙다. 창비 송종원 편집위원은 최근 창비 팟캐스트를 통해, 신경숙 표절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이유를 “문학권력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영향력있는 매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학동네 서영채 편집위원도 작별의 글을 통해 “현재의 한국문학을 만드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사실이고 어쨌든 거기에서 문제가 발생했으니 어떤 식이든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했다”며 ‘문학권력론’을 폈다. 그는 “‘문학권력’이란 ‘편집권’을 행사하는 것인데, ‘편집권’이란 말 자체가 일종의 형용모순”이라며 “편집(문학)과 권(권력)의 결합관계가 그렇다. 저울을 관장하는 권력은 공정해야 하지만, 문학은 반대로 치우쳐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진짜 개성과 진짜 문학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문학권력에 대한 집착은 그만큼 권력이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