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에서 최악의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했음을 알려온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규탄하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13만명, 경찰 추산 6만8000명으로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였다.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이튿날, 서울. 보수언론과 경찰, 여당은 평화시위를 앞세웠던 이날 집회가 쇠파이프와 벽돌, 횃불까지 등장하며 폭력시위로 변질됐다고 주장하고, 이를 척결하기 위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시위 주모자들을 처벌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였다.
반면 진보언론과 시위 참가자들, 야당은 집회의 자유를 차벽으로 봉쇄하는 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차벽을 설치하고, 물대포를 발사하고, 심지어 조준 사격을 가해 시위 참가자가 쓰러졌음에도 계속 물대포를 쏜 사실을 알리며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난하고 있다.
공론의 장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 집회 현장은 집회의 정당성과 대응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이슈를 생산해내며 불신으로 얼룩진 양 갈래의 이데올로기만을 탄생시키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의 냉전이다. 대화는 단절되고, 소통의 시간은 없어진지 오래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채 한달도 남지 않았다. 다음달 9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본격적인 총선 정국 시작으로 법안 상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민생경제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14일 시위 이전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에 의해 법안 논의가 뒤로 미뤄졌고, 14일 이후에는 집회에 대한 응징을 주장하는 이들과 공권력의 정당성에 대해 강하게 반문을 제시하는 이들이 치열하게 부딪히며 국민의 소리를 뒤로하고 있다.
14일 집회는 입장과 성향에 따라 보는 시각과 주장이 다르다. 그러므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각각의 행동에 대한 타당한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정국의 분위기에 흔들리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국회 구성원들은 본인들의 역할을 하루라도 빨리 자각해야한다. 사회 분위기나 군중심리에 이끌려 국민을 선동하려는 발언을 일삼고, 반대를 위한 반대, 이념적 갈등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팽배해진 사회적 불신의 분위기를 넘어 이슈를 국회로 끌어들여 공론화하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민생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면 이념을 넘어 통과시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나르샤>에는 고려시대 후기 최고정무기관이었던 도당(都堂, 도평의사사의 준말)이 나온다. 백성들의 피폐한 삶은 보지 않은 채 권력만 쫓는 이들이 모여 더 많은 권력을 쟁취하려고 갑론을박하는 그 곳과 현재의 국회는 크게 다를 바 없다.
지난 22일 새벽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마지막 메시지는 ‘통합’과 ‘화합’이었다.
우리는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깊이 새겨야한다. 사회통합 기능을 상실한 국회 그리고 이분법적으로 구분된 사회 속에 살아간다는 것은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이 나라의 어른으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다.
그래서 이렇게 정치와 멀리 떨어진 자리에 있지만, 진심으로 말해보는 것이다. “#Pray for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