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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일사각오의 주기철 목사
여든아홉살의 무토 키요시 목사는 가미가제 특공대 출신이다. 그는 당시 천황은 살아있는 신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 신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에 가슴이 벅찼다. 그러다 1946년 1월1일 그는 일왕은 신이 아니라는 말을 듣게 된다. 당시 배운게 다 엉터리고 거짓말이란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일본이 한국인들에게 했던 폭압을 떠올리며 그는 부끄러워진다. “이건 단순한 용서로는 끝날 수 없는 일”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특별한 명함을 하나 만들었다. 한국어로 “지난날 우리 일본이 지은 죄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넣은 것이다.

또 다른 일본인 목사 스미요시 에이지씨(63)는 8년전 도쿄의 교회에서 교인들에게 70년전 주보를 꺼내들었다가 쫒겨났다. 빛 바랜 주보에는 예배를 드리기 전, 천황에 대한 경배와 기미가요 제창 순서가 들어있었다. 에이지 목사는 일본은 신사참배를 하지 않는 조선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갔다며, 오늘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사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가, “대체 옛날 조선 땅에서 일어난 일을 우리가 왜 사죄를 해야 하냐”는 항의를 받고 쫒겨났다. 그 일로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에이지 목사는 후쿠시마로 가 원전사고 피해자 이주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주기철 목사의 일사각오의 정신이 자신을 바꿔놓았다고 고백한다. 

지난 25일 성탄절 밤 10시 KBS1 ‘다큐1’을 통해 방송된 ‘일사각오 주기철’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신사참배에 반대하며 오롯이 신념의 길을 걸어간 주기철의 생애를 재조명한 이 다큐는 에이지 목사의 아들 스미요시 겐이 주기철의 흔적을 찾아가는 구성으로 동시간대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한일 외교부장관이 머리를 맞댔다. 일본의 진정성있는 사과를 기대해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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