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믐날 풍습 ‘묵은세배’와 ‘수세(守歲)’를 아시나요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너 눈썹이 하얗게 셌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 거울 앞으로 달려가던 어린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믐날 밤엔 새해 첫날을 맞기 위해 집 안팎에 불을 밝히고 밤을 지새야 하고, 이날 밤 잠을 자면 두 눈썹이 모두 하얗게 된다는 어른들의 ‘경고’를 알기때문에, 졸음을 참으려 애썼지만, 깜빡 졸았다가 그만 아침에 깬 아이로서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겨울에 비춰보고 자기 눈썹이 정말로 하얗게 변한 모습을 발견한 아이는 그만 울고 말았던 풍경은 ‘수세(守歲)’ 풍습과 관련이 있다. 사실 눈썹이 하얗게 센 게 아니라, 어린 동생을 놀리려고 언니가 밀가루를 발라놓은 것이었다.

이정욱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은 ‘수세는 섣달 그믐날 밤 온 집안에 불을 밝혀 놓고 밤을 지새며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이라면서 고전을 인용해 설명했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제석(除夕:섣달 그믐날 밤) 편에는 ‘민가(民家)에서는 이날 다락과 마루, 방과 부엌에 모두 사기접시로 만든 유등(油燈)을 켜 대낮같이 밝혀놓고 밤을 지새우는데 이를 수세라고 한다.함경도와 평안도에서는 사기접시로 만든 등잔 대신 얼음 기둥 가운데를 파서 기름을 붓고 심지를 놓아 불을 밝히는 ‘빙등(氷燈)’을 설치하여 밤을 새웠다’고 기록돼 있다.

해가 바뀌는 순간을 경건한 마음으로 맞자는 의미가 담긴 것 같다.

그믐날에는 어른에게 새배를 지내기도 했다. 한 해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이 인사는 ‘묵은세배’라고 불린다. 이 연구원은 ‘대궐 안에서는 섣달그믐 전날부터 대포인 ‘연종포(年終砲)’를 쏘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원도 영동 일부, 경북 북부지방, 즉 과거 실직국(6세기 초까지 신라 연방국) 지역에서는 그믐날 오후 해지기 직전 만두국이나 국수를 젯상에 올리고 약식 차례를 지낸다. 한 해를 무탈하게 보내게 해준 조상님에 대한 감사 인사인 이 의례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묵은설차례’, 또는 ‘만두국제사’ 등으로 불린다.

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