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속에는 성찰과 사색이 깃든 잠언처럼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 많다.
서민 술에 쓴다니 거저 주었던 소주 이름 ‘처음처럼’에도 인생을 관통하는 글귀가 적혀있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추운 겨울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함께맞는비’라는 서화에는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라는 글이 나란히 적혀있다.
20년간 감옥생활을 ‘나의 대학시절’이라고 즐겨 말했던 신 교수는 독서광이었다. 책을 통해 그는 깨달음과 자유로움을 얻었던 것이다.
굵고 힘차면서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그의 서화 ‘서삼독(書三讀)’에는 “독서는 삼독입니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마음으로 그 필자를 읽고 최종적으로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합니다”며, 깊이읽기를 권고한다.
빈그릇 그림과 글 ‘당무유용’(當無有用)이 어우러진 서화도 있다. 진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들지만 그릇은 그 속이 비어있음으로 해서 그릇으로서의 쓰임이 생긴다는 말이다.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한솥밥’‘더불어숲’‘더불어한길’등 그의 서화에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그의 인생철학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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