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송형근의 꿀잼툰] 죽기 위해 모인 그들, 삶의 끝에도 희망은 있다
[헤럴드경제=송형근 기자] 한 해에만 1만4,000여명. 38분 마다 1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입시지옥, 취업난에 청년의 꿈은 꺾이고 노후 빈곤으로 황혼을 즐길 여유조차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부르는 각박함 속에서 삶의 의미를 생각해볼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요.

웹툰 ‘자살방지위원회’는 4명의 등장 인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조명합니다. 쌩뚱 맞은 구호를 외치며 시작합니다. “원하는 죽음을 맞게 해줄 기회를 주겠다. 단, 최고의 죽음은 오직 1명 뿐이다”. 
[이하 사진=웹툰 '자살방지위원회' 캡처]

경쟁에 참여하게 된 건 4명. 나르시즘에 빠져 냉동인간이 되고 싶다는 ‘마름모’, 소멸을 원하는 ‘사다리꼴’, 사고사를 희망하는 ‘네모’, 사지절단을 원하는 ‘동그라미’. 서로의 속사정은 누구도 모릅니다. 이들은 이름도 없습니다.


‘자살방지위원회’가 요구한 건 이들의 동고동락. 한 집에 생면부지의 4명이 함께 사는 거죠. 물론 개인공간은 마련됐습니다만, 식사를 함께 하고 매일 ‘무언가’를 해야합니다. 그리고 보고서를 작성해 올려야 하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린 여자 아이인 ‘동그라미’이 비협조적으로 나옵니다. 손길을 뿌리치기도, 방에 들어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동그라미’의 이상 행동을 통해 그가 겪었던 아픔이 서서히 드러나죠. 


‘동그라미’은 성폭행을 당해 타인과의 관계를 두려워합니다. 매정한 부모 탓도 있죠. ‘동그라미’의 부모는 아이에 관한 안 좋은 소문으로 자신들이 피해를 봤다며 언성을 높일 뿐 입니다. 그럴수록 어린 소녀는 세상과 멀어지고자 합니다. 그 때문에 사지절단이라는 끔찍한 방법을 원했던 거죠.


이를 눈치챈 ‘마름모’, ‘사다리꼴’, ‘네모’는 결심을 합니다. ‘동그라미’이 원하는 일, 바로 놀이동산 소풍을 함께 떠납니다. 타인과의 관계, 대화가 시작된 그 순간 죽음 만을 바라보던 이들에게서 변화가 나타납니다. 표정이 드러나지 않아도 대사와 심리 묘사 만으로 속얘기가 와닿습니다.


네 캐릭터는 현대인의 심리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사회에서 점점 밀려나 소외된 이들의 속내, 사회에 억눌려 발버둥 쳐도 누구 하나 내 얘기 들어주지 않는 상황, 피해자가 더욱 움츠려들게 답답한 현실에 대한 토로도 서슴지 않습니다.


웹툰은 삶의 끝, 낭떠러지에서도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세상과의 소통 창구를 닫아버린 ‘동그라미’가 먼저 ‘네모’에게 손 내미는 모습을 통해서 말이죠. OCED 국가 중 11년째 자살률 1위. 수식어처럼 붙어 다니는 이 오명은 작은 손짓과 따뜻한 말 한 마디로 씻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sh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