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움베르토 에코, 하퍼 리 세계적 작가, 역사 속으로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세기의 지성 움베르토 에코와 미국의 국민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작가 하퍼 리가 지난 주말 잇따라 타계했다. 에코는 암과 투병중이었고, 리는 노환으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 세상을 떴다.

기호학부터 미학, 철학, 컴퓨터, 영상 커뮤니케이션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지적 편력을 보인 에코가 정작 세계적인 유명세를 탄 것은 중세 신드롬을 일으킨 ’장미의 이름‘이었다. 하퍼 리는 55년동안 소설 ‘앵무새 죽이기’ 하나로 미국 사회 정의의 기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두 거장은 문학의 힘을 보여준 생애라 할 만하다.


1932년 이탈리아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난 에코는 토리노대에서 중세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고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찌기 기호학자로서 인정을 받은 에코는 1980년에 펴낸 첫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14세기 수도원을 무대로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이 소설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 프란시스 베이컨 등의 미학과 철학, 기호학을 넘나드는 현학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소재와 기법으로 대대적인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1986년 국내 출간된 ’장미의 이름‘은 동명영화에 힘입어 ‘에코 신드룸’을 일으켰다. ‘과학지식의 전시장’이라 할 만한 그의 두번째 소설 ‘푸코의 추’도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모으며 에코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입지를 굳혔다.

모두 7권의 소설을 쓴 에코의 마지막 소설은 ‘뉴메로 제로’. 에코의 전집을 낸 열린책들에서 오는 6월 국내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중세의 예술과 미학’, ‘기호학 이론’, ‘독자의 역할’, ‘기호학과 언어철학’, ‘해석의 한계’ 등 다양한 저서를 남겼지만 에코가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 건 문학이었다. 에코는“글쓰기의 즐거움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데 있다”며, “그 글은 오로지 ‘독자’를 위해 쓰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국민소설’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앵무새 죽이기’의 저자 하퍼 리의 죽음은 조용했으나 앞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그의 장례식은 친척과 친구 40명 정도가 지켜보는 가운데 20일 고향이자 ’앵무새 죽이기‘의 배경인 먼로빌의 감리교회에서 치러졌다.


리는 1926년 4월 28일 변호사이자 주의원을 지낸 아마사 콜맨 리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앨라배마대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중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49년 뉴욕으로 떠난 그는 친구의 도움으로 1년치 생활비를 받고 소설쓰기에 몰두한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앵무새 죽이기’. 사회현안에 너무 가깝다는 출판사 편집자의 권유에 따라 시점을 바꿔 1960년 출간한 ’앵무새 죽이기‘는 그를 일약 스타작가의 반열로 올려놓았다. 30년대 앨라배마의 한 소도시에서 벌어진 흑인차별실태를 어린 소녀의 시각으로 그린 이 작품은 흑인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정의로운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라는 우상을 만들어냈다.

‘앵무새 죽이기’는 이후 미국 학교마다 필독서가 됐고, 이듬해 리에게 퓰리처상을 안겼으나 리는 사생활을 이유로 60년대 후반부터 은든생활에 들어간다. 그런 리가 다시 화제가 된 건 ‘앵무새죽이기’의 모태가 된 작품 ’파수꾼‘이 지난해 출간되면서. 눈과 귀가 성치 않은 하퍼 리가 당시 출판 의지가 있었냐를 두고 논란이 인 끝에 출간된 ‘파수꾼’은 리가 타계한 지금, 다시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수백억원에 이르는 하퍼 리의 유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의 유언장은 수주일 내에 공개될 예정이다. 


/meelee@heraldcorp.co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