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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형근의 꿀잼툰] 누군가 내 메시지를 훔쳐보고 있다면?
[헤럴드경제=송형근 기자]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 1988년 8월 4일 MBC 뉴스데스크 생방송. 앳된 차림새의 남성이 등장해 다짜고짜 마이크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수십년간 계속된 군사정권이 종지부를 찍은 이듬해 벌어진 이 사건, 당시 어수선한 시국 탓에 나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정신착란에 시달리던 20대 남성이 일으킨 해프닝이었습니다.

상상만 해도 섬뜩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 내가 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 홀로 있는 시간, 독백조차 믿을 수 없게 돼버릴 겁니다.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진=웹툰 `손의 흔적` 캡처]

웹툰 ‘손의 흔적’은 독특한 설정을 토대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손의 흔적’에는 기이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이 등장합니다. 기기에 전화번호만 저장돼 있으면 모든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단, 전화통화는 예외입니다. 주인공은 평범한 남학생. 학교 생활, 교우 관계, 연애 어느 것 하나 풀리질 않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최신형 스마트폰을 손에 얻습니다.

‘타인의 메시지를 볼 수 있다.’ 달콤한 유혹에 주인공은 빠지게 됩니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엿보기는 겉잡을 수없이 커집니다. 짝사랑 하는 여자를 빼앗기 위해 그 여자의 애인을 파렴치한으로 몰기도 하고요. 메시지 확인을 통해 상대방의 동선을 읽고, 곤경에 빠트립니다.

유혹을 넘어서, 주인공은 점점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외적으론 ‘초능력 스마트폰’을 얻기 전보다 말끔하고 여유로워 보입니다. 실상 추한 스토커나 다름없습니다. ‘나에 대한 험담’은 절대 빼놓지 않고 기억한 뒤 기회를 엿봐 상대방을 협박하기도 합니다.

57화까지 이어진 ‘손의 흔적’. 지난달 14일부로 연재가 끝났습니다. 그러나 결코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자신이 가진 정보력을 악용해 타인의 인생을 저울질 하다 스스로 자멸해버린 초라한 인물들만 남았습니다. 

2016년 현재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거란 우려가 가득합니다. 최근 영장 없이 테러 용의자들의 통화내역 및 통신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일부 댓글에서도 이같은 지적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손의 흔적’ 주인공이 가졌던 스마트폰은 ‘국정원폰’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네?”

앞서 프랑스는 지난해 11월 파리테러를 겪고도 유사한 테러방지법을 부결시켰습니다. 수사당국이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접근하게 될 경우 국민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국민적 반발이 거셌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요. 사회관계망서비스 시대, 숭숭 뚫려버린 개인 정보. 나만이 간직하고 싶었던 추억마자 낱낱이 공개돼 버리는 게 일상이 돼 버렸습니다. 아울러 영장 없이 개인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법적 장치가 마련돼 가고 있습니다. 개인의 권리가 침해받는 것일지 아니면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순기능으로 작용할 지,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s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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