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도 봄답지 않은 봄
때아닌 꽃멀미 난다.
우르르 우르르 왔다 우르르 떠나는 그 봄.
잉 잉 잉
꿀벌 군단이
사가독서 차린갑다’(윤금초의 ‘봄, 뒷담화’)
‘꼴가지 뭉텅 잘라
졸고 있는 창가에 앉혔다
구석진 베란다 관음죽도
툭 투둑
뿌리째 날개를 펴고
혹한을 벗는 소리’(김차순의 ‘봄소식’)
이들 시조는 전문 계간지 ‘좋은시조’가 뽑은 ‘좋은 단시조’들이다. 꽤 발랄하고 감각적이다. 좋은시조는 지난해 각종 문예지 등에 발표된 단시조 중에서 현대인들에게 위안이 되는 단시조 232편을 뽑아 한 권의 책, ‘2017 좋은 단시조’로 엮어냈다.
‘먹다 나온 피망씨를 재미 삼아 심었는데
어느 순간 꽃 피더니 주먹만 한 열매 몇개
삶이란
뜻하지 않아도 열매 하나쯤 열리는 법’(강경화의 ‘즐거운 열매)
시조의 기본은 단시조로, 이를 바탕으로 형식은 확장된다. 감각적이고 촌철살인적인 3장 6구의 단시조는 어쩌면 짧은 단문이 주로 유통되는 SNS시대에 더 잘 어울린다. 최근 유행하는 발랄하고 날카로운 짧은 SNS시와 유사성이 발견되눈 이유다.
시조는 우리 정서를 가장 잘 담아내는 그릇이다. 독특한 시 형식은 우리 고유의 것으로 오랜 세월 우리의 생각과 정서, 삶을 담아왔다. 최근 현대적인 시조를 배우려는 동호회도 생겨나 시조가 문학의 한 장르로 새롭게 부흥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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