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빛내리·김성훈교수 등 명강의
1만5000명 참석, 영상조회 31만건
과학 쉽게 해설 청중들 뜨거운 호응
“생물강의는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이라 생소했는데 재미있는 진행과 내용에 금세 호기심이 생겼어요. RNA가 전사하는 과정이나 DNA, 단백질과의 관계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어 즐거운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지난 3월29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북파크에서 열린 카오스재단이 마련한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의 ‘최초의 생명물질로부터 메신저까지: RNA’ 강연에 참석한 홍인표씨(48)는 강연에 만족해하면서, 지난해에는 강연 신청만 하고 개인사정 때문에 참석을 못했는데 올 봄 강연은 모두 들어볼 참이라고 말했다.
30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보인 이날 강연은 최근 생명공학 분야에서 전성기를 맞고 있는 RNA의 다양한 역할과 활용가능성에 대한 앞선 연구들이 소개됐다. 이 분야에서 노벨상에 가장 가깝게 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김 교수는 RNA의 다양한 역할로 강연을 시작했다. 우선 가장 많이 알려진 건 정보전달자로서의 역할이다. DNA에 씌어 있는 유전정보를 전달,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김 교수는 DNA에서 RNA로 전사(베껴쓰기)하는 과정을 ‘붕어빵틀’에 비유했다.
“‘지구상에 태초의 생명은 어떻게 시작됐을까?’‘새로운 바이러스는 왜 생겨나는 걸까?’생명에 대해 갖게 되는 의문을 석학들이 해결해주는 2017 상반기 카오스강연이 시작됐다. 노벨상 수상 후보로 오르는 김빛내리 교수는 지난 강연에서, RNA의 기능을 활용한 다양한 백신개발과 진단의 가능성을 들려줬다.” |
주목받는 RNA의 또 다른 역할은 조절작용.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거나 바이러스 복제 저해, RNA 합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초파리에서 마이크로 RNA8번이 결손되면 난쟁이 초파리가 만들어진다. 또 마이크로RNA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당뇨나 암과 같은 질병을 앓을 수 있다.
최근엔 RNA가 효소로서 촉매작용을 한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RNA가 최초의 유전물질일 수도 있다는 ‘RNA 월드 가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RNA의 이런 특성을 활용한 바이오 신약, 백신, 진단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진단수준이 되려면 앞으로 상당한 연구가 필요하지만 RNA의 상태를 알 수 있게되면 병의 증세가 발현되기 전, 어느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해 분자수준의 진단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김 교수는 “사람의 유전체에 유전자가 4만 개 정도로 집계되는데 2만 1000개 정도가 단백질을 규정한다. 즉 메신저RNA가 2만1000개이며, 1만8000개의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드는게 아니라 순전히 RNA 기능만 한다. 이 1만 8000개중에 알려진 게 2000개 정도이다. 바로 이 논코딩(non-coding) RNA의 역할을 알아내는게 생명공학의 미래다”고 말했다.
카오스 강연은 재단법인 카오스(KAOS)가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석학들을 초청, 진행하는 대중강연이다. 2015년 봄, ‘기원’을 시작으로 ‘빛’‘뇌’‘지구’ 등을 주제로 2년간 강연을 펼쳐왔다. 그동안 강연장을 찾은 이들은 약 1만5000명, 영상 조회수는 약 31만건을 넘어선다. 특히 다양한 연령층이 강연을 듣는데 장년층의 참여도도 높다.
카오스 강연의 또 다른 매력은 강연 직후 석학 2명과 강연자가 함께 펼치는 열띤 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이다. 강연에 참석한 청중들은 “토론과 질의 응답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호응이 높다.
올해 봄 강연은 ‘물질에서 생명으로’라는 대주제 아래 DNA, 게놈, 아미노산과 단백질, 탄수화물, 바이러스 등 생명현상에 관여하는 물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석학들의 강연이 10회 이어진다. 4월5일에는 ‘단백질:3차원의 마술사’란 주제로 김성훈 교수가 강연을 편다. 모든 강연은 무료로 진행되며, 참가자 중 8회 이상 참석한 이들에게 카오스 정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카오스재단은 인터파크 이기형 회장이 사재를 출연, 설립한 공인재단으로, 강연의 주제는 과학위원회가 선정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