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개혁 한계 때이른 지적도
“달리는 말은 발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마부정제(馬不停蹄)의 뜻을 거울삼아 저는 신심과 원력을 다해 종단 발전에 쉼 없이 진력하겠습니다.”
12일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차기 총무원장으로 뽑힌 설정 스님(75·사진)이 당선 후 총무원 청사 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종단을 운영하는데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공심으로 일로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설정 스님은 이날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진행된 제35대 총무원장 선거 투표결과, 선거인단 319명 가운데 과반을 상회한 234표를 얻어 당선됐다. 설정 스님은 선거기간 중 각종 의혹을 사기도 했지만 현 집행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오는 30일 총무원장에 취임하는 설정 스님은 무엇보다 불교 안팎에서 요구해온 종단 개혁과 선거기간 중 각종 폭로전으로 갈라지고 깊어진 갈등을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총무원장 직선제 개헌과 적폐청산을 내걸고 진보적인 불교단체들의 촛불시위가 이어졌고, 사회 각 분야의 원로들도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월에는 명진 스님이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또한 그 자신 재산ㆍ학력 등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설정 스님은 “여러 문제들을 그냥 두고 종단 운영을 할 수는 없다. 어떤 방법으로든 깔끔하게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에 출마하면서 수행가풍과 승풍진작, 교구중심제 강화, 대중공사에 기초한 종단 쇄신 등 종단 운영 10대 과제를 밝힌 바 있다. 선거제와 관련해선 “많은 스님들과 협의를 해서 어떤 것이 가장 절답고 불교다운 선거가 되겠는지 선거문화를 다시 만들겠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 집행부에 ‘정치적 빚’을 진 상태에서 종단 개혁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
설정 스님은 이를 의식, “불교계의 발원을 잘 알고 있다. 불교다운 불교, 존경받는 불교, 신심나는 불교를 만드는데 모두가 뜻과 지혜를 모은다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난제를 잘 풀어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설정 스님은 1994년 종단개혁 당시 조계종단 개혁회의 법제위원장을, 이후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제11대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을 맡았으며 2009년 덕숭총림 수덕사 제4대 방장으로 추대돼 후학을 길러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