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사회약자로 살아가는 부부 통해
폭력적 상황과 인간다움 회복 그려
“소설가 이상은 제가 가장 경외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이의 소설은 제가 쓰는 모든 글에 암묵적으로 드리워져 있으니까요. 그이의 이름을 내건 문학상을 무겁고 귀중히 받아들입니다.”
중편소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로 제4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가로 선정된 손홍규(43) 작가는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21세기 등단 작가가 이상문학상을 수상하기는 소설가 김애란 이후 두 번째다.
소설의 주인공은 부부다. 남편 영택은 일용직 노동자이며 아내 순희는 급식조리원이다.
손홍규 작가 [연합뉴스] |
손 작가는 “소설가는 스스로의 분노, 증오, 슬픔, 기쁨, 고통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들여다보는 사람”이라며, 독자와 함께 그 두려움을 함께 나누는데 소설쓰기의 의미를 부여했다. 소설은 폭력적 상황과 인간다움의 회복을 그린 소설로 리얼리즘과 판타지가 어우러져 있다.
특히 이 소설은 작가가 처음으로 시도한 중편소설로, 심사위원들로부터 장편소설의 서사의 시대성과 역사성, 단편소설이 갖는 상황성을 절묘하게 조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 작가는 21세기 작가의 문학적 성취와 관련 ”90년대가 민주화와 산업화 등 우리 사회의 변화들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거시적인 것들을 떠나 자기자신을 돌아보고 탐색하는 시대”라며 “이전 시대의 문학적 성과를 자양분으로 삼으면서 새 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스타일을 가진 작가들이 등단하고 문학적 성과를 거두는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봄, 중편소설 청탁을 받고 “한 번쯤 써야 할 소설”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터라 작심하고 썼다고 털어놨다.
단편과 장편의 장점을 가져올 수 있는 미학적 실험이 가능한 장르로서 중편의 매력이 있다는 것.
소설의 인물과 사건은 두 권의 책을 참조했다. 정규직 삶을 다룬 ‘나, 여성노동자’와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로, 여러 인물과 사례가 서로 스며들어 하나의 인물로 새롭게 태어났다. 소설에 몰입하기 위해 아내와 다섯 살난 딸을 처가로 보내고 홀로 작업했다는 그는 원고를 쓰는 내내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소설의 모티프는 꿈이다. 멀리는 오래 만지작거려온 카프카의 ‘변신’의 주인공 잠자의 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 잠자는 무슨 꿈을 꾸었길래 불안하고 뒤숭숭했을까’란 주제다.
그는 “그건 인간이 되는 꿈”이었다며, “잠자는 행복한 벌레에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불안했다. 꿈의 마지막에 벌레였던 그는 현실에서 벌레가 된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으면 꿈에서 이뤄야 한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꿈을 꾸는 사람이야말로 불온한 사람이랄 수 있다는 것. 소설의 제목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는 바로 그런 현실과 바람의 거리를 담고 있다.
손 작가는 소설집 ‘사람의 신화’ ’그 남자의 가출‘, 장편소설 ‘귀신의 시대’’청년의사 장기려‘’서울‘등을 냈으며, 올해 안에 산문집과, 소설집을 낼 예정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