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우 정치적 사형선고…버티기 들어가는 한국당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과정에서 여야가 충돌했을 때 상대 당 의원·당직자 등을 폭행한 혐의(공동폭행)로 자유한국당에 의해 고발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왼쪽)과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정치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고발전’을 수사하는 경찰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4테라바이트(TB)에 이르는 동영상 분석을 위해 수사지원팀을 영등포경찰서에 파견하며 적극적인 수사 지원에 나섰다.
서울청 관계자는 17일 “지능팀 인원 등 모두 9명이 녹화된 화면 분석을 위해 영등포 경찰서로 수사지원을 나가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법과 원칙대로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것이 경찰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 의원들이 출석을 하고 있으니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출석 압박을 느낄 것이로 보인다”면서도 ‘체포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선 “현재까지는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선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국회가 6월 임시국회에 이어 8월 임시국회까지 열릴 경우 ‘회기중 형사소추를 면한다’는 규정에 따라 경찰이 국회의원들에게 출석을 요구키 어려워지게 된다.
경찰이 이처럼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국회의원 수사에 의욕을 불태우는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검찰에 뒤를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도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는 입장에서 미진한 부분 등이 발견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수사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임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기는 문무일 현 검찰총장 임기가 끝난 직후인 25일 0시부터 시작된다.
경찰 수사에 응하는 국회의원들의 명암은 엇갈린다. 민주당은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야당 탄압을 주장하며 출석을 거부하고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경찰출석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지난 16일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나란히 경찰에 출석하며 당당한 태도로 포토라인에 섰다. 이날 백 의원은 “한국당은 설령 억울하다면 나와서 어떤 부분이 잘못이고 어떤 부분이 억울한지 밝혀야 한다. 나오지 못한다면 뭔가 꿀리는 것이 있는 것 아닌가 국민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표창원·윤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경찰 조사에 응한다.
반면 59명이 수사 대상인 자유한국당은 야당 탄압이라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경찰 소환 통보를 받은 한국당 소속 의원 13명 중 현재까지 적극적인 출석의사를 밝힌 의원은 없다. 엄용수, 여상규, 이양수, 정갑윤 의원 등은 이미 지난달 27일 경찰이 통보한 1차 소환에 불응해 2차 소환 통보를 받은 상태다. 지난 9일에는 이은재 의원 등 9명이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이들은 경찰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과 한국당의원들의 경찰 출석요구에 응하는 태도가 다른 이유는 적용 혐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당 의원들의 경우 대부분 국회 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고발 또는 고소된 상태인데, 이 법 위반으로 5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국회 선진화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되면 더이상 국회의원을 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라는 설명도 이 때문에 나온다. 반면 경찰 조사를 받는 민주당 의원들의 혐의는 대부분 폭행 혐의로,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평가다.
한편 경찰은 패스트트랙 고발사건 관련 국회의원 109명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 정당별로는 자유한국당 58명, 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7명, 정의당 3명이다. 여기에 무소속 신분인 문희상 국회의장도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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