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대신 쌍두 독수리·골프클럽 박힌 ‘패러디 문장’ 등장
청년단체 “구글서 고해상도 파일 찾다”…‘문제 직원’ 해고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매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에서 열린 보수주의 청년 단체 터닝포인트 USA 주최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의 등 뒤로 흰머리수리 대신 ‘쌍두 독수리’가 새겨진 ‘가짜 미국 대통령 문장(紋章)’이 보인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의 연단 뒤에 ‘가짜 미국 대통령 문장(紋章)’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사고’의 원인을 확인한 결과 행사를 주최한 단체의 직원의 ‘구글링(구글 검색)’ 탓이었다. 해당 직원은 인터넷에서도 고해상도의 문장 파일을 찾다, 이 같은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주최 단체는 이 직원을 해고했다.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스 전문 케이블 채널 CNN에 따르면 행사를 주최한 보수주의 청년 단체 터닝포인트 USA(이하 터닝포인트)는 해당 사건의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원인을 수소문한 끝에 이 단체 영상팀 직원의 ‘소행’임을 알아내고 이 직원을 이날 해고했다.
앞서 지난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터닝포인트가 워싱턴DC에 있는 매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에서 개최한 학생대표자회의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의 환호 속에 단체 설립자 겸 대표인 찰리 커크와 함께 무대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 뒤 스크린에는 미국 대통령직을 상징하는 문장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잠시 나타났다.
그러나 스크린 속 이미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 미국 대통령의 문장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고자 제작된 ‘패러디 이미지’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단상 스크린에 사용된 이미지의 독수리는 머리가 둘 달린 ‘쌍두 독수리’였다. 이 독수리는 왼쪽 발톱는 골프 클럽을 여러 개 쥐고 있었다.
원래 미국 대통령 문장에는 ‘흰머리독수리’로 알려진 미국의 국조 흰머리수리가 새겨져 있다. 문장 속 흰머리수리는 미국 의회에 주어진 전쟁에 대한 권한을 상징하는 화살 13개(독립 당시 13개 주(州)를 상징)를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
‘사태’가 불거지자 터닝포인트의 대변인은 “그냥 영상과 음향 실수이지 절대 고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원인 파악 끝에 해당 행사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일부 표시를 대통령 문장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구글에서 검색하다 그만 가짜 문장을 찾았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 대해 악의적 의도는 전혀 없었고, 혼란을 초래한 것은 유감이며, 백악관, 대통령, 담당 팀에 무례를 범할 생각은 없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CNN은 이 사건에 정통한 한 관계자와 인터뷰를 통해 “영상팀 중 한 명이 대통령 문장 고해상도 PNG(이미지 파일의 일종) 파일을 찾기 위해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을 했다”며 “행사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검색된 문장이 조작됐다는 것을 (대통령이 연단에 오를 때까지)전혀 몰랐다”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 대통령 문장(紋章). [위키피디아 홈페이지 캡처] |
실제로 ‘패러디 문장’ 속 쌍두 독수리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와 결탁했다는 혐의,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가리킨다고 WP는 분석했다. 러시아 대통령의 문장도 해당 패러디 문장과 다르긴 하지만, 쌍두 독수리다.
화살 대신 골프 클럽이 들어간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골프 취미를 꼬집으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자신이 운영하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 가서 골프를 치고, 백악관에도 스크린 골프 기기를 설치한 ‘골프광’이다.
문장의 배너에 나오는 글도 흐릿한 해상도 탓에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비슷한 패러디물을 판매하는 웹사 이트에서 찾은 제품에는 원래 대통령 문장의 라틴어 문구 ‘E PLURIBUS UNUM(다수로부터 하나로)’ 대신 ‘45는 꼭두각시다’라는 뜻의 ‘45 es un titere’라는 스페인어 글귀가 들어 있다는 것이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이다.
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