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까지 안와 강수량 떨어져 엎친데 덮친격
이상기후 더 잦아질 것이란 경고도
사상 최고 기온의 폭염에 들끓은 유럽, 25일(현지시간) 한 낮 각 도시의 풍경이다. 프랑스 파리와 독일 뮌헨, 벨기에 브뤼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시민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이 바싹 타들어 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는 낮 최고기온 섭씨 42.6도를 기록, 1873년 기상관측 이래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이는 아프리카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보다 높은 수준이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니더작센주 링겐은 독일 기상관측 후 최고인 42.6도를 기록했다. 이전 최고기온은 4년 전 바이에른주 키친겐에서 기록한 40.3도였다. 네덜란드(40.7도)와 벨기에(40.6도) 등도 최고기온이 40도를 넘기며 불볕더위에 시달렸다.
프랑스 정부는 되도록이면 출근을 하지 말고 집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프랑스는 이미 최소 5명이 이번 더위로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4월 화재로 훼손된 노트르담 대성당이 자칫 폭염 때문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화재 진압을 위해 뿌린 물을 머금고 있는 궁륭 연결 부위와 석조 부문이 빠르게 마르면서 구조가 약해질 수 있단 것이다.
독일 역시 시민들에게 외출시 물을 소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벨기에와 영국을 오가는 유로스타 열차는 폭염으로 선로에 이상이 생기면서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영국 이스트미드랜드 기차회사는 아예 SNS로 폭염 탓에 열차 지연과 운행 변경이 잦을 수 있다며 가능하면 이날 열차를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문제는 폭염만이 아니다. 강수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면서 물부족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
독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독일 중북부와 프랑스 동부 등 서유럽 대부분 지역의 강수량은 예년 평균의 60~80%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달 들어서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 내 4분의 3에 해당하는 지역의 물 사용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버밍엄대 수문학자인 앤 반 룬은 “지난해 가뭄으로 말라버린 지하수와 저수지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올해 가뭄은 더 상황이 나쁘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설명했다.
폭염에 강 수위도 낮아지면서 원전 가동에 빨간불이 커졌다. 프랑스 국영전기회사 EDF는 냉각수 과열 우려로 남부 타른에가론 도(데파르트망)에 있는 골페슈 원전의 원자로 2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독일 전력회사 프로이센엘렉트라 역시 냉각수로 쓰는 베제르강 수온 상승으로 그론데 지역 원전 작동을 멈추기로 했다. 폭염이 이어질 경우 바이에른주 원자로 2기 역시 작동을 중지할 예정이다.
물류 대란도 우려된다. 독일 라인강 수위는 한 달 사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150㎝에 불과하다. 이미 강을 이용한 교통편은 멈춰섰으며 수위가 더 내려가면 컨테이너선 역시 운항이 어려워져 독일의 운송 시스템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학자들은 재앙에 가까운 폭염이 기후변화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미국CNN은 아프리카 북부의 사하라 사막에서 뿜어져 나온 뜨거운 공기가 마치 서유럽을 뚜껑처럼 덥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이 몇 주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기상청의 피터 스톳 박사는 BBC방송에 출연해 “폭염 같은 이상 기후는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지금의 폭염은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 같은 이상 기후가 더 흔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