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동 정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적인 인연에 좌우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토머스 배럭 주니어〈사진〉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2017년 미국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전을 판매하도록 추진했다고 밝혔다. 또 중동 특사와 아랍에미리트(UAE) 대사 등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요직에 앉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배럭은 레바논계 미국인으로, 부동산투자 회사 콜로니캐피탈을 설립한 억만장자다. 1980년대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2016년 대선 승리 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준비위는 1억700만 달러(약2000억원)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의 엘리자 커밍스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 정책과 외국 및 기업의 이익을 분리하는 경계선을 사실상 없앴다”며 “미국은 백악관이 안보와 핵무기 확산 방지라는 보편적 목표보다 대통령 친구들의 잠재적 이익을 우선시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알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는 뉴욕 연방 검찰이 배럭이 중동 지역 정부나 기업의 지시에 따라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한 결과 상당 부분 혐의를 확인해 문서화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 검찰은 준비위가 미국 정책에 입김을 넣고 싶어하는 외국 정부나 기관의 주요 통로가 됐다는 의혹에 따라 배럭이 아랍에미리트(UAE)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익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들여다봤다.
조사 결과 2016년 5월 폴 매너포트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은 에너지 정책 관련 연설을 준비하던 중 배럭에게 이메일로 ‘우리의 친구들’과 초안 작성을 진행하고 있는지 문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배럭은 당시 아랍에미리트(UAE)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던 사업가 라시드 알 말리크 등과 연설 초안을 조율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관련 연설에 영향을 미치려는 배럭과 매너포트 그리고 알 말리크의 시도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고 NYT는 밝혔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