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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레이건도 아프리카 흑인 가리켜 “원숭이들”
1971년 레이건-닉슨 전화통화 내용 공개
레이건 “아프리카에서 온 원숭이들을 봐라”
닉슨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며 맞장구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확대되는 가운데 50여년 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원숭이’ 발언도 뒤늦게 확인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인종에 대한 대통령의 편견이 실제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1981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한 로널드 레이건(왼쪽 두번째) 대통령.[AP]

닉슨 대통령 도서관의 전직 이사로 활동한 팀 나탈리 뉴욕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잡지 ‘더 아틀란틱(The Atlantic)’에 공개한 닉슨과 레이건 전 대통령의 대화 내용은 이들 정치 지도자의 인종 차별적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1971년 10월 유엔(UN)이 중국의 가입을 허용하자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있던 레이건 전 대통령은 닉슨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엔에서 아프리카 대표단이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레이건 전 대통령은 “아프리카에서 온 원숭이들을 봐라. 그들은 여전히 신발 싣는 것을 불편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닉슨 전 대통령은 크게 웃으면서 “그래, 꼬리가 몸통을 흔들지 않았나?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어”라고 말했다.

이번 대화는 지난 2004년 레이건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까지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공개되지 않았으나, 그 후 나탈리 교수가 국가 기록물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전체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탈리 교수는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면서 “그 대화는 1971년 당시 아프리카인에 대한 레이건의 인식을 알려줄뿐 아니라 닉슨이 자신을 인종주의자로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그러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닉슨 전 대통령은 당시 레이건과 전화통화를 하기 전에 미국과 입장이 다른 아프리카 대표와의 미래 모임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레이건 : 미국의 여행’ 저자인 밥 스피츠는 이번 대화 내용과 관련해 “매우 놀랍다”며, “내가 조사한 바로는 레이건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느끼는 사례는 단 한 번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닉슨과 레이건의 대화 내용은 인종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실제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탈리 교수는 “인종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이해하는 것은 인신공격 차원이 아니라 그들의 정책 결정을 어떤 방향으로 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라며, “그들의 생각이 편견에 중독되었다면, 우리는 그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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