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10% 관세 부과”
아이폰·장난감 등 가격 오를듯
美기업들 잇단 불만의 목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신시네티에서 열린 정치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뒤로 일자리창출 성과를 과시하는 표어가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AP]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부터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 결과에 실망감을 나타내며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알렸다. 그는 “미국은 중국과 석달 전에 합의를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슬프게도 중국은 서명 전 재협상을 결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엔 중국이 미국 농산물을 대규모로 사들이기로 합의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10% 관세는 당초 무역협상 재개 전 경고했던 25%보단 낮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단계적으로 관세가 인상돼 25%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추가 관세가 현실이 되면 사실상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은 모두 관세 벽에 가로막히게 된다.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무역전쟁 휴전을 약속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추가 관세 부과를 알린 건 다시 관세를 무기로 힘겨루기를 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추가 대중 관세가 부과되면 1년 넘게 이어온 무역전쟁 수위가 대폭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미국 경제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05% 내렸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도 각각 0.90%, 0.79% 내렸다. 채권금리는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1.894%로 마치며 약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철강업체 타이탄스틸의 빌 허튼 사장은 “관세는 악질”이라며 “짐작할 수 없는 무역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장기 투자결정의 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미국 CNN방송은 이번 관세로 애플의 아이폰과 장난감, 운동화 등 미국인들의 주요 소비품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브 파시어브 미국 장난감협회장은 “휴가철을 맞아 기업들은 미리 장난감을 주문해놨으며 9월 1일부터 관세가 시행되면 이들 중 일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팔리는 장난감의 약 85%는 중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장난감은 필수소비재가 아닌 만큼 관세로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게리 콘은 영국BBC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들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감세를 통해 성장을 촉진하려는 미국의 계획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중국 당국이 자국 경제 둔화의 원인을 관세 탓으로 돌릴 수 있는 편리한 핑곗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