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튼 그레고리 워싱턴 대주교.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워싱턴의 신임 가톨릭 대주교가 취임 후 첫 공개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윌튼 그레고리 대주교는 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국민의 삶을 손상시키고 있다(diminishing)”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유일한 흑인 대주교인 그는 오랫동안 조용히 봉직하며 사회적 쟁점에 대한 공개적 언급은 피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이례적으로 공개 발언에 나서며 미국 수도의 고위 성직자로서 인종, 출신 국가 등의 정체성을 공격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반기를 든 것이다.
그레고리 대주교는 성명에서 “나는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사제이자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임을 강조해왔다”면서 “그러나 때로는 사제와 예수님의 제자가 하느님의 모든 자녀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도록 부름을 받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마 가톨릭의 ‘우애 공제회(Knights of Columbus)’를 포함해 주요 가톨릭 평신도 단체들과 회동한 후 성명을 내기로 결정했다면서 그들에게 “직장, 교구, 지역에서 존중을 높이고, 인종차별주의와 멸시, 잔인함을 거부하는 발언과 행동을 하도록 당부했다”고 밝혔다.
그레고리 대주교의 이번 성명은 워싱턴국립대성당을 비롯해 워싱턴 지역의 주요 종교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유색인종 의원 공격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민주당의 유색인종 여성 하원의원 4인방을 겨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는 등의 인종차별적 공격을 지속적으로 퍼부었다.
또한 민주당 흑인 중진 엘리자 커밍스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을 가리켜 ‘잔인한 불량배’라면서 “커밍스의 볼티모어 지역은 국경보다 더 나쁘고 위험하다.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다. 누구도 살고 싶어하지 않는 미국 최악의 지역”이라고 발언해 공분을 샀다.
이에 미국 성공회의 국가 대성당인 워싱턴국립대성당의 사제들은 이번주 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이들은 ‘우리는 품위가 없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응답’이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워싱턴국립대성당에서 봉사하는 종교 지도자로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별적) 발언과 행동이 2년이 지났는데 미국인들은 언제쯤 그만 들을 수 있나?’라고 물어야 한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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