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여론 업고 ‘청산’ 공론화 움직임
도쿄 올림픽 불참 등 강경론까지
與 일각 “일본·아베 구분해 대응을”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반일감정이 사회적으로 고조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수위조절론과 친일청산론이 동시에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와 당 지도부는 다시 조절론을 내세우는 상황이지만, 일각에서 한발 더 나아간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노 재팬’ 깃발 설치, 친일 애국가 논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당 일각과 야권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일 애국가’를 부르지 말자는 주장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날 공청회를 열면서 다시 시작됐다. 애국가는 과거에도 작곡가 안익태의 친일행적 문제로 논란이 된 바 있었으나,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끝났다. 일부 정치권과 학계에서 안익태를 단편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대한민국 근·현대사 내내 불린 애국가가 가지는 국민 정서상 공감대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안 의원은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문제를 다시 꺼낼 적기라는 입장이다. 그는 ‘안익태 곡조 애국가 계속 불러야 하나’ 공청회에서 “한일경제 갈등이 고조되는 경제전쟁 국면이지만, 이번 기회야말로 친일 잔재를 청산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생각한다”며 “친일 작곡가 안익태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국회에서 꺼내놓고 국민에게 판단을 맡겨보자는 제안을 받고 공청회를 주최하게 됐다”고 했다.
안 의원의 주장은 반일여론이 비등한 지금 다시 한번 공론화를 시켜보겠다는 측면이 강하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올림픽 불참·여행금지국 지정 주장 등 강경론이 연달아 나왔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끄는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 특별위원회는 앞서 이러한 의견을 개진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노 재팬’ 깃발 설치 사건도 있었다. 중구청은 명동거리에 ‘NO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일본 불매 운동을 독려한 이 행동에 뒷말이 일었다.
이같은 기류에 대해서는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칫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야권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는 측면도 있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일부 안익태 선생에 대한 친일 주장을 강경하게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민주당 내의 지배적인 기류는 아니다”며 “특히 지금 한일관계가 나쁜데, 지금 이 문제를 들춰내서 정치권이 (국내적인) 새로운 갈등요소를 만드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적 의견을 묻자고 하는 것도 지금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통화에서 “일본 무역보복 사태를 모두 친일 논란으로 가져가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아무리 정략적 필요가 있어도 금도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까지 시비를 걸고 넘어지면 국가적인 혼란이 있을 뿐”이라며 “이게 건설적인 논란인지에 대해서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대일 강경론과 관련한 수위조절을 시작한 모양새다. ‘노 재팬’이라는 용어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전체를 상대로 하는 ‘노 재팬’이 아닌 ‘노 아베’로 가는 게 적절하다”며 “일본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아베 정부의 행동에 대해서는 구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구청 깃발사건에는 일보특위에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공개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당내 의원들에게 “경제보복과 스포츠 교류는 분리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태화 기자/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