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는 유기체, 상황 나쁘면 언제든 느리게 갈 수도”
- 야권도 일단 받는 모양새지만, 민주노총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에서 주 52시간제 속도조절론이 나왔다. 속도조절론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이같은 움직임이 ‘찻잔 속 태풍은 아니다’고 전했다. 공감대가 형성된 의원들이 꽤나 있다는 것이다. 야당도 이러한 움직임에는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사실상 동결’로 결정된 가운데 여권 내에서 경제정책 관련 속도조절론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속도조절론을 지지한다고 밝힌 한 민주당 의원은 12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의 개인적인 발의 수준은 아니다”며 “아무래도 52시간제를 했을 때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니,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이 수석부대표가 발의안 속도조절론 법안에는 고용진, 금태섭, 김병관, 김병욱, 김철민, 김한정, 김현권, 노웅래, 윤후덕, 정성호, 최운열 등 총 22명이 함께했다.
법안의 골자는 당장 4개월 뒤부터 대다수 사업장에 모두 적용되는 52시간제를 세부적으로 쪼개 시행시기를 늦추는 것이다. ‘50인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을 ‘2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수정해 도입 시기를 2021년으로 늦추고,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100인 이상 200인 미만’ 사업장으로 변경해 2022년까지 연장하는 식이다.
경제정책 관련 속도조절론은 앞서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도 우회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 바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8590원으로 결정했다. 2.87% 오른 것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도 2.7%,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75%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2년 연속 두자릿 수 인상을 한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됐다. 노동계가 이의 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이번에 최저임금도 인상폭도 조정하지 않았느냐”며 “그것과 빗대 생각해보면 추구하는 바는 그대로 가지만 업계에서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가 나오면 그것에도 귀를 기울인다는 뜻이다”고 했다. 이어 “경제상황에 따라 경제정책은 얼마든지 빠르게 갈 수도 늦게 갈 수도 있다”며 “경제는 살아있는 유기체기 때문에 당연한 속도조절”이라고 했다.
야권에서도 일단은 법안에 제동을 걸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 한국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일단 현장에서는 그런 것들이라도 받으라고 한다”며 “현장은 바로 반응이 오고 또 일단 미루면 논의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52시간제를 근본적인 수준에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속도조절론이라는 말 자체가 어느정도 문제점을 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당 내 기류가 탄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여당 내 원칙주의자들의 반발이 첫번째 고비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민주당의 속도조절론에 반발해 집회를 연 바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앞서 “이렇게 바로 최저임금 1만원과 주 52시간 근무제 준수 약속을 깨면서 민주노총을 탄압하고 있다”며 “집권 여당과 정부가 한국당과 손잡고 동지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