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對美투자 확대 요구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재향군인회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켄터키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AP] |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의 미국 출시를 하루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문제와 관련해 삼성전자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또 쏟아냈다. 자칫 삼성의 미국 시장 공략에 미칠 영향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신에게 전화한다면서 “지금 문제는 그의 경쟁자, 좋은 경쟁자인 삼성이 관세를 내지 않고 쿡은 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그 문제와 관련해 단기간 그(쿡 CEO)를 도와야 한다. (애플은) 위대한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라며 “삼성은 한국에 있다. 삼성이 (관세를) 맞지 않고 그(쿡 CEO)는 맞는다는 건 불공평하다. 그렇지 않나?”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6일 쿡 CEO와의 만찬에서도 애플 지원 방안 모색을 시사하면서 삼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쿡이 주장한 것들 중 하나는 삼성은 (애플의) 넘버원 경쟁자이고 삼성은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가 아주 강력한 주장을 했다고 보고 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미국이 삼성의 대미 수출 문턱을 높이거나 삼성에 대미 투자 확대를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삼성의 경우 미국으로 수출하는 휴대전화 물량을 대부분 베트남과 인도에서 생산하고 있어 미국의 대중국 관세 대상이 아니다.
중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오는 애플의 에어팟과 애플워치 등은 9월부터 10% 관세 부과 대상이다. 아이폰 등도 애초의 9월 부과 계획에서 연기는 됐지만 12월 15일 이후 관세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과 애플의 경쟁 형평성을 이유로 우회적으로 애플 지원하고 관세 문제와 별개로 삼성에 대미 투자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삼성과 애플이 미국에서 스마트폰 신작 맞불 경쟁을 치루는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삼성의 북미 공략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삼성은 오는 23일(현지시간) ‘갤럭시노트10’을 비롯해 올 9월 ‘갤럭시 폴드’의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고 애플도 신작 아이폰 11를 9월 미국에서 출시한다.
올 2분기 기준 북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 33.6%, 삼성전자 22.6%로 삼성은 전년 동기 대비 7%포인트 가까이 하락,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삼성 압박이 현실화할 경우, 북미 시장의 추가 점유율 하락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이 없다”면서도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세정 기자/sjpar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