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중앙은행 등 개별제재
늘어난 공급량…수요처 찾기 관건
미국의 지난해 석유 순수입량은 하루에 230만 배럴로 1967년 이후 가장 적었다. 이를 대체한 건 2010년 하루 2만 배럴도 생산하지 못하던 셰일오일 생산규모가 5배 이상 커진 덕분이다. 더군다나 생산 못지 않게 중요한 유통경로는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이다.
강력한 원유가격 통제력을 쥔 미국은 더욱 강해졌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가를 괴롭힌 (중동의) 지정학적 잡음을 셰일오일이 모두 걷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 힘을 마음껏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1월 베네수엘라 석유부문 제재를 발효한 것을 시작으로 중앙은행을 포함한 100여개 기관과 핵심인물에 개별 제재를 가했다. 이란은 농축우라늄 보유량을 늘리는 등 핵합의를 위반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타임지는 이 같은 미국의 조치가 예전 같으면 전세계 석유 공급을 마비시켰을 움직임이었다면서 “미국의 막대한 셰일오일이 강력한 제재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수출국 기구(OPEC) 역시 미국의 힘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OPEC은 셰일혁명에 위기감을 느끼고 2010년대 중반 증산을 가속화해 유가를 셰일오일 업체의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뜨렸다. 얼핏 반격에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미국 셰일기업들은 비용절감과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살아남았다. 오히려 낮은 유가를 견디지 못하고 먼저 손을 든 건 OPEC 국가들이었다. 낮은 유가 탓에 재정수입이 감소한 OPEC과 러시아는 2016년 12월 정례회의에서 감산을 결정해 유가를 끌어올렸다. 이는 미국 셰일기업들의 생산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늘어나는 셰일오일 생산이 무조건 트럼프 대통령에게 축복인 것만은 아니란 지적도 있다. 적절한 글로벌 수요처를 찾지 못하면 커져버린 미국 셰일오일 산업이 침체를 맞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베네수엘라 제재로 공급을 줄였으며 사우디 주도의 OPEC을 설득해 감산에 나서도록 했다. 줄어든 기존 원유 수출국의 공급량은 셰일오일로 메웠다. 최근엔 독일이 러시아로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받는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다른 나라의 공급 감소를 강요하는 건 지속가능성이 낮다. 당장 유럽이 더 싸고 안정적으로 LNG를 공급받을 수 있는 러시아 파이프라인을 포기할 가능성은 적다.
결국 시선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에너지 소비시장인 중국으로 쏠린다. 미국은 중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를 원하고 있지만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의 말을 순순히 따를지 의문이다.
CNN비즈니스는 “중국은 미국 LNG에 보복 관세를 부과해 미국 석유수출업에 피해를 주었다”면서 “만약 무역협상 최종 타결안에 석유와 가스에 대한 장기적인 중국 공급 방안이 포함돼 있다면 미국의 석유 생산업계는 기뻐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