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총선 통한 통제권 확보 무산
정국 주도에 불신의 목소리 고조
상원서 입법무산에 ‘실낱 희망’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 뒷모습)가 4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서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좌석에 앉은 일부 의원들이 존슨 총리의 발언에 큰 소리와 삿대질로 대꾸하고 있다. 이날 존슨 총리가 반대하던 노딜 브렉시트 방지 및 3개월 시한 연장안은 가결됐고, 존슨 총리가 밀어붙이던 조기총선안은 부결돼 사실상 ‘완패’ 했다. [로이터] |
“존슨 총리는 지금 궁지에 몰렸다”(가디언), “그는 브렉시트 통제권을 잃었다”(파이낸셜타임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불과 이틀 만에 세 번의 하원 투표에서 모두 패배, 리더십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됐다. 지난 3일 하원에 의사일정 주도권을 넘겨 주면서 취임 6주 만에 ‘첫 패배’의 쓴 맛을 본 존슨 총리는 결국 ‘노딜 브렉시트(합의없는 유럽연합 탈퇴)’ 저지하기 위한 초당적 움직임을 막는 데도 실패했다.
‘조기 총선’을 통해 강력한 브렉시트 통제권을 확보하려 했던 계획마저도 수포로 돌아간 가운데, 의회에서는 브렉시트 정국을 이끌 적임자로서 존슨 총리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4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은 내달 19일까지 정부와 유럽연합(EU) 간의 합의가 진전이 없을 경우 브렉시트를 3개월 연기하는 유럽연합(탈퇴)법을 28표 차로 가결시킨데 이어 존슨 총리가 제안한 조기총선 승인안을 찬성 298표, 반대 56표로 부결시켰다. 존슨 총리는 이날 하원이 유럽연합법을 통과시키자 오는 10월 15일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24시간 채 안되는 시간동안 존슨 총리는 EU와의 재협상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해왔던 노딜 브렉시트 선택권도, ‘반(反)노딜파’를 압박하면서 동시에 리더십 강화용으로 꺼내든 ‘조기 총선’이란 카드도 모두 잃었다. 게다가 존슨 총리는 의사일정 주도권을 내각에서 하원으로 이전하는 데 동의한 당 내 21명의 의원들을 탈당조치 시키면서, 다수당으로서 보수당의 지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CNN은 “존슨 총리는 주요 의회 표결에서 3번 패배하면서 동시에 의회 과반수라는 다수당 지위마저 잃었다”면서 “영국 정치는 삼진법을 따르지 않지만 패배는 고통스럽다”고 평가했다.
현재 존슨 총리에게 남은 희망은 하나다. 다음주부터 5주 간의 정회가 예정돼있는 가운데, 상원이 하원이 법 승인을 지연시키게 되면 입법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현재 보수당 내 브렉시트 찬성파 의원들은 상원에서 의사일정과 관련, 100개가 넘는 수정안을 제출하며 시간끌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총선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 것도 아니다. 노동당과 자유민주당 등 야권이 조기 총선 개최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당 일부에서도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거듭되고 있는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내달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총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존슨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 저지 노력을 무산시키기 위해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자 코빈 노동당 대표는 “브렉시트 연기법이 통과될 경우에만 조기 총선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당 그림자내각의 재무장관을 맡고 있는 존 맥도널 의원은 가디언에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법률적 보안이 마련되면 노동당은 총선을 개최할 날짜를 볼 것이다”면서 “우리는 총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총리를 믿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