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글로벌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이 미국 듀폰 사의 웨이퍼 사업부를 5400억원에 인수한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전력반도체용 웨이퍼 시장에 출사표를 던져 전기차 시장을 공략, 조기 시장 선점을 노린다.

SK실트론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듀폰 사의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Silicon Carbide Wafer, 이하 SiC 웨이퍼) 사업부를 4억5000만달러(약 54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국내외 인허가 승인을 거쳐 연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는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에 따른 소재기술 자립화 노력에 부응하는 통큰 결단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대표적 후방산업인 국내 반도체 소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SiC 웨이퍼는 실리카(SiO2)와 카본(C)을 높은 온도로 가열해 제조하는 인공 화합물 실리콘 카바이드를 소재로 한 제품을 말한다. 일반 실리콘보다 강도가 세고 높은 전압과 온도에 견딜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전기차 등에 주로 사용된다.

최근 미국의 테슬라를 비롯한 국내외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SiC 웨이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소수 업체만이 양산 가능해 전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HS 및 Yole에 따르면, SiC 웨이퍼를 기반으로 제조되는 전기자동차 및 통신용 전력반도체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9년 13억달러에서 2025년 52억달러로 6년새 4배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SK실트론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빠른 시장과 기술 진입을 위한 것으로 향후 미국 현지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인수로 그룹 차원의 전기차 분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힘이 실릴 전망된다. 주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고, SKC는 최근 글로벌 1위 전기차 배터리 동박업체인 KCFT를 인수한 바 있다.

SK실트론 관계자는 “SK실트론의 제조기술 역량을 접목해 공정 최적화 및 생산성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며 “향후 적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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