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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실가스 메탄을 화학원료로 99% 전환…석유화학시장 판도 바꾼다
- 화학硏 연구진,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 개발
한국화학연구원 한승주 박사(왼쪽)와 김용태 박사가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의 핵심인 단원자 철 촉매를 들여다보고 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미국과 중국만 보유한 ‘석유화학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 탄소자원화연구소 김용태·김석기 박사팀은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석유화학의 쌀인 에틸렌을 비롯한 화학원료와 수소 등으로 99% 전환하는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은 산소와 같은 산화제 없이 메탄으로부터 화학원료를 직접 얻는 기술이다. 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에 비해 경제성과 안전성이 높다. 하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은 탓에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못했다.

메탄은 석유화학공정과 셰일가스에서 대량으로 나오는 저렴한 가스다. 현재 연간 메탄 발생량 6억 톤 중 96%가 난방·발전용 열원으로 사용되고, 단 4%만 화학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연구자들은 메탄을 화학원료로 전환해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메탄 전환기술은 크게 간접전환과 직접전환으로 나뉜다. 간접전환은 메탄과 산화제를 반응시켜 합성가스를 만든 후, 합성가스로부터 화학원료를 얻는 기술로 상용화돼 있지만 효율이 낮다. 이러한 탓에 연구자들이 직접전환 상용화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메탄 직접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틸 라디칼이 문제였다. 메틸 라디칼을 제어할 수 없는 탓에 다량의 코크(탄소침전물)가 발생하고, 화학원료의 수율(투입 대비 생산량 비율)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응물에 산소를 같이 투입하는 방법이 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이다. 산소와 코크를 연속적으로 반응시켜 이산화탄소로 빼주는 것이다. 하지만 산화 메탄 직접전환도 한계가 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후처리 공정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메탄을 화학원료로 전환해 얻는 비율이 최대 70%에 그치기 때문이다.

화학연 연구진이 1000℃이상의 고온에서 산화제 없이 메틸 라디칼을 제어하면서도 에틸렌과 벤젠 등의 화학원료로 99% 전환하는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촉매 표면 설계만으로 메틸 라디칼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고난도 기술로 알려져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단원자 철’ 촉매다. 연구진은 실험계산화학과의 융합연구를 통해 촉매 표면을 최적화하는데 성공했다. 기존 촉매가 여러 원자들이 뭉쳐있는 탓에 연쇄적으로 반응이 일어나는 데 반해, 신규 촉매는 여러 개의 단원자가 촉매표면에 흩어져있는 형태로 각각의 단원자에서 한 번씩만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그 결과 기존 촉매에서 연쇄 반응으로 인해 생성되는 이산화탄소와 코크 등의 부산물이 생기지 않고, 연쇄 반응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에너지도 줄어들어 에너지 효율이 높아졌다.

이를 통해 메탄으로부터 선택적으로 C2 화합물(에틸렌, 에탄, 아세틸렌) 86%, 방향족 화합물(벤젠, 자일렌, 톨루엔, 나프탈렌 등) 13%를 전환했고, 부산물로 수소를 얻었다. 나머지 1% 이하는 코크 생성량이다. 즉 메탄의 화학원료 전환율이 99%에 달하는 것이다.

김석기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촉매 표면의 성질에 따라 부산물이 억제되는 메커니즘을 밝혔다는 데에서 학술적인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수율을 더욱 향상시키는 촉매기술을 개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촉매분야 국제학술지 ‘ACS Catalysis’ 9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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