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분야서 118년간 미국 ‘싹쓸이’
일본은 교토대서만 5명 수상자 배출
여성과학자는 3% 불과 올해 주목
해마다 낙엽 들 즈음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우리는?”하고 반문하게 만드는 이벤트가 있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노벨상은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재산을 상금으로 준다’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을 토대로 1901년 제정됐다.
올해도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가 노벨상 수상 일정을 알렸다. 오는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8일), 화학상(9일), 문학상(10일), 평화상(11일), 경제학상(14일) 등 6개 부문에서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성 수상자가 탄생할지, 또는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 가운데 수상자가 나올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노벨상 미국 ‘독점 체제’= 과학 분야에서는 지난해까지 118년간 생리의학·물리·화학 등 607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216명으로 가장 많고, 물리학상 수상자가 210명, 화학상 수상자가 181명이다.
국가별 수상자 수를 보면 미국이 267명으로 전체 수상자 중 43%를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지난해 6개 분야 12명의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무려 6명이 미국 국적 보유자다. 지난해 화학상은 미국이 싹쓸이 했을 정도다. 미국은 노벨과학상 5명 이상 수상기관 명단에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버드대(1위), 스탠포드대(2위), 캘리포니아공과대(4위), 매사추세츠공과대(6위) 등이 노벨상 다수 배출 연구기관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국가별 수상자를 좀더 살펴보면 미국에 이어 영국(2위·88명), 독일(3위·70명), 프랑스(4위·34명) 순으로 수상자가 많다. 5위는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이다. 일본은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등 총 2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무척 부러운 일이다.
특히 지난해는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일본인인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눈에 띄는 점은 그가 소속된 교토대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만 무려 5명이라는 점이다. 교토대는 노벨과학상 5명 이상 수상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에 있는 대학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 외 중국(3명), 인도(2명), 파키스탄(1명), 터키(1명)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됐다.
▶‘유리천장’ 깨고 여성 수상자 더 나올까= 노벨 과학상은 여성에게 인색하기로 악명이 높다. 노벨과학상 수상자 전체 607명 가운데 97%(587명)가 남성이라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여성과학자는 단 12명뿐이다. 물리학상과 화학상 여성 수상자 숫자는 더 처참하다. 전체 수상자 607명 가운데 각각 3명, 5명뿐이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가 성차별 논란의 중심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다만 2000년 이후에 9명의 여성 수상자가 집중적으로 나오면서 거의 2년에 한 번꼴로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어 앞으로 여성 수상자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에는 도나 스트리클런드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를 비롯해 프란시스 아놀드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 교수 등 2명의 여성 과학자가 노벨과학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해에 두 명 이상 여성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긴 2009년 미국 엘리자베스 블랙번·캐럴 그레이더(생리의학상), 이스라엘 아다 요나스(화학상) 이후 9년 만이다.
한편 단 한 번 받기도 어렵다는 노벨상을 무려 2번이나 받은 연구자도 있다. 대표적으로 마리 퀴리다. 그는 라듐과 폴로늄의 방사능을 발견해 1903년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어 순수 라듐을 발견해 1911년에는 화학상을 수상했다. 마리 퀴리는 노벨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유일한 여성 과학자이기도 하다.
트랜지스터를 발명하고 초전도를 연구한 존 바딘도 1956년과 1972년 두 차례에 걸쳐 물리학상을 받았다. 프레데릭 생어(1958년·1980년), 라이너스 폴링(1954년·1962년)도 노벨상을 두 번 수상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