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때 잘해준 의원에 전화”
법조계 “민정수석의 통화 부적절”
조국(54)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현직 헌법재판관에게 전화를 걸어 주식거래 무혐의 처분을 축하하고 “청문회에서 잘해준 의원에게 감사인사를 드리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장관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지난 8월 이미선 헌법재판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이 전했다. 이 재판관은 수십억 원대 주식거래 내역이 알려지면서 한국거래소 조사를 받았고, 거래소가 위법사항이 없다고 결론낸 직후였다. 조 장관은 축하한다는 인사를 한 뒤 ‘A의원이 인사청문회 당시 도움을 줬으니 감사인사를 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재판관은 현직 헌법재판관 신분으로 국회의원에게 감사 인사 전화를 하는 게 맞는지 망설이다 결국 실제 전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전화를 받은 A 의원은 “이 재판관이 으레 하는 감사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A의원은 이 재판관 인사청문회 당시 주식자산에 대해 “국민이 정서상 납득하겠나”고 지적했지만, 입장을 바꿔 이 재판관 측이 주식을 전량 매각하자 약속을 지켰다며 임명에 찬성했다.
조 장관은 한국거래소가 이 재판관 부부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자 관련 기사를 공유하고 “이 재판관을 불법 주식투기꾼으로 단정하고 맹비난을 퍼부었던 정치인, 기자, 평론가들은 사과해야 하지 않는가”며 비판했다.
이 재판관은 대통령 지명으로, 조 장관이 인사검증을 맡았다. 조 장관은 이 사안에 대해 묻는 통화요구나 문자메시지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이 재판관은 A의원과의 통화와 관련해 “개인적인 문제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느냐”며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법조계에서는 당시 조 수석의 통화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의 비서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후보자도 아닌 현직 재판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한국거래소가 독자적으로 판단한 결론에 대해 축하한다고 하고, 국회의원에게 인사를 하라고 시킨 것은 직분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민정수석이 개입된 게 문제”며 “국회의원은 헌법재판 대상이 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다. 헌법재판의 중요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사적 통화까지 문제삼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민정수석의 역할은 인사검증 단계에서 끝나야 한다.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모두가 아닌 한 의원을 특정해 전화하라고 한 건 정치적인 의도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며 “권유라고 하더라도 현직에 있는 재판관에게 이미 끝난 인사검증 문제를 두고 후보자 시절 지지해준 사람에게 전화를 하라고 한 건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동양대 최성해 총장과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며 증거인멸 시도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자택 압수수색 당시에도 수사 검사와 통화하면서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