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시에만 병역의무 지는 ‘전시근로역’은 귀화한 외국인만 해당
서울행정법원[법원 제공]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했고, 이후 어머니 쪽을 따라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면 ‘출생으로 국적을 취득한 자’로 봐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7부(부장 함상훈)는 박 모(25) 씨가 서울지방병무청(병무청)을 상대로 낸 전시근로역 편입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모계특례자는 법무부장관에게 신고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고, 별도의 허가를 요하지 않는다”며 “실질적으로 ‘출생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와 같다”고 밝혔다. 따라서 “전시근로역 편입대상이 되는 ‘귀화로 국적을 취득한 사람’에 (박 씨와 같은) 모계특례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 씨는 6살이던 2000년도에 어머니 쪽을 따라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19세가 되던 2013년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 판정을 받았다. 2017년 질병이 있어 병역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전시근로역으로 병무청에 변경 신청을 냈지만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병무청은 박 씨가 국적법상 귀화에 의한 국적취득자가 아니라며, 전시근로역으로 편입할 수 없다고 처분을 내렸다. 전시근로역이란 평시에는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는 병역등급(5급)을 말한다. 대신 전쟁이 나면 군수공장 노동자 등으로 징집된다.
박 씨는 자신이 귀화 요건을 갖춰 귀화했을 수도 있었으므로 전시근로역에서 제외한 처분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무부장관이 박 씨의 귀화를 허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재량권을 가지므로, 박 씨가 귀화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귀화에 의한 국적취득은 법무부장관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적이 없는 외국인을 귀화 요건을 갖추었는 지를 심사하고 허가토록 한다.
1997년 국적법이 개정되며 당초 ‘출생 당시 부가 대한민국 국민인 자’를 ‘출생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로 넓혀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다고 정했다. 이 법 시행 10년 전까지 소급해 법무부장관에 신고만으로 국적 취득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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