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윤 총경 영장 청구하자 ‘경찰 내식구 감싸기’ 수사 비판
전문가 “경찰 수사권 조정 위해, 과거 사건 털고가야”
[헤렬드경제=박병국 기자] 경찰이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과학수사의 쾌거’라던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8차 사건의 범인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가혹하리만치 수사했다고 경찰이 자부했던 ‘버닝썬 경찰총장’ 윤모 총경에 대해서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관련 악재들이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장기미제수사팀의 집념과 DNA 과학수사의 ‘쾌거’라며 호재로 여겨졌던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8차사건의 진범논란이 불거지면서 경찰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됐다. 경찰은 10차례의 살인 사건 중 모방범의 소행으로 알려진 8차사건을 제외하고 4건의 DNA가 이춘재와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밝혀낸 경기남부경찰청 장기미제수사팀에 대한 찬사가 역시 이어졌다. 투입된 9명의 프로파일러들이 이 추가적인 5건의 살인사건과 30여건의 강간·강간미수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는 이춘재의 자백을 이끌어내자, 최면수사법과 프로파일링 기법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춘재가 그동안 모밤범의 소행이라고 경찰이 결론낸 8차사건 역시 자신의 범행이라고 밝히면서,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8차 사건의 가해자로 20년 옥살이를 한 윤모씨가 항소심에서 ‘경찰에 의해 고문을 받아 허위자백을 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 입장은 더욱 난감해졌다. 8차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일 경우, 윤모씨는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되는 셈이며 고문을 통해 자백을 받아낸 경찰의 책임 문제가 도마에 오를 개연성이 커진다. 8차사건의 진범이 이춘재가 아닐 경우에는 14명을 죽였다는 그의 자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한 일선 경찰은 “왜 이제 와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경찰이 꺼내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클럽 버닝썬 사태 당시 승리(본명 이승현·29) 카카오톡 방에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윤 총경에 대한 검찰 수사도 경찰엔 초대형 악재다. 경찰이 직권남용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한 윤 총경에 대한 추가 혐의점이 검찰 수사로 하나둘씩 나오면서 경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는 상황이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지난 7일 있었던 경찰청장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현재 수사중인 윤 총경에 대한 추가한 혐의점은 경찰이 검찰에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윤 총경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특가법) 알선수재, 자본시장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이 알고도 수사를 진행을 안한 셈이다. 민갑룡 청장은 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의 수사 영역이 다르다”고 밝혔다.
경찰 내부에서는 잇따른 악재에 경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전날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 개혁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게 되면 경찰의 숙원사업이던 검경수사권 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 행정학과 교수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고문을 해 범인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드러나거나, 윤 총경에 대한 수사가 미흡했다면 경찰 입장에서는 이를 깨끗이 털고 가야 된다”며 “이같은 것들이 검찰 개혁 혹은 수사권 조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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