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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화성 8차사건 윤모씨, 항소심서 ‘땜빵’ 국선변호인…변호사 조력도 못받았다
2심 결심공판 때 담당 국선변호인 안나타나 급하게 다른 변호사 구해
결국 ‘폭행 당해서 자백했다’는 진술 2심서 안받아들여져
민갑룡 경찰청장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8번째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한 윤모(당시 22) 씨가 2심 당시 변호를 맡았던 국선변호사가 결심공판 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아마비를 앓은 윤씨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폭행을 당해 거짓 자백을 했다고 2심에서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선고결과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당시 변론을 맡았던 변호인은 “재판 당일 갑작스럽게 국선변호인을 해달라고 해 즉석에서 재판정에 올랐다”고 떠올렸다.

8일 서울 도봉구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만난 나형수 변호사는 “결심공판 때 급하게 부탁을 받아 당일 변호를 했다”고 주장했다. 나 변호사는 2심 선고 판결문에 윤 씨의 변호인으로 적시돼 있다. 그러나 그는 결심공판 전에는 한번도 윤 씨를 변호한 적이 없었다. 결심공판 때 담당 국선변호사가 나타나지 않아 급하게 변호를 맡게 된 것이다.

나 변호사는 “윤 씨의 2심이 열린 곳은 서울 고등법원인데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때는 보통 법원 근처에 사무실이 있는 변호사를 구한다”며 “당시 사무실이 다른 곳에 있었던 나를 선임했던 것을 보면 당시 재판장에 있던 내게 급하게 부탁을 해 변호를 맡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은 재판기일, 첫공판, 결심공판, 선고 순으로 이뤄진다. 검찰의 구형이 이뤄지는 결심공판은 재판 가운데서도 매우 중요한 재판으로 분류되는데 결심공판에 국선변호인이 불출석해 현장에 있던 ‘땜빵 변호사’ 변론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윤 씨의 방어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못한 정황으로 해석된다.

나 변호사는 “보통 국선변호인이 재판장에 나타나지 않을 경우 재판장에 앉아있는 다른 사람에게 해달라고 하는 관행이 있는데, 아마 당시에도 국선 변호사가 어떠한 이유로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나 변호사는 급하게 재판장에 올라간 그는 “억울하지 않도록 공정한 판결을 내려달라”는 말만을 하고 내려왔다고 기억했다.

나 변호사는 앞서 윤 씨 변호를 맡았던 다른 국선 변호인으로부터 어떠한 자료도 넘겨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기록이 사라져 해당 변호인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국선 전담 변호사가 있어서 상황이 달라졌지만 당시엔 국선변호인이 해당 사건만 맡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변호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특히 악질로 알려진 살인범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앞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가 그동안 모방범죄로 분류된 8차 사건까지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하면서 8차 사건의 진범 논란이 불거졌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한 윤 씨는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박모(당시 13세) 양 집에 침입해 잠자던 박 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7월 검거됐다.

윤 씨는 같은 해 10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지만 “혹독한 고문을 받아 허위로 자백했다”며 항소했다. 대법원은 1·2심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무기수로 복역 중이던 그는 2009년에 가석방됐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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