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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한글전도사 ‘K-컬처’의 힘

몇달 전 지인을 통해서 캐나다에 사는 한 중국 여성이 한류스타 중 한명인 남자배우에게 한글 손편지를 보내온 적이 있다. 소속사에 전달돼 그 배우가 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배우나 가수, 아이돌그룹의 팬들이 편지나 선물을 보내는 일이야 흔하지만, 외국인이 그것도 한글로 편지를 보내는 일은 여간해선 보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그 배우가 나오는 한국드라마를 자막없이 보기 위해 1년반이나 한글을 배웠다고 했다.

이런 모습은 최근 K-팝의 전 세계적인 인기와 함께 여러 곳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남미나 유럽의 한류팬들이 한국 아이돌그룹의 공연 때 한국어로 ‘떼창’을 하고, 한글을 배워 가사의 뜻을 알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단순한 팬심이라고 치부하기 어렵다. 10여년을 영어를 배워도 제대로 문장을 구사하거나 말하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면 쉬울 것이다. 우리에게 영어는 진학을 하거나 취직을 할 때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과목’이다. 그러나 그 외국인들에겐 한류스타들의 노래와 드라마를 볼 때 아니면 쓸 일 조차 별로 없는 ‘한국어’ 아닌가.

지난 9일은 573번째 맞는 한글날이다. 전 세계에서 언어의 창제과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은 한글이 유일하다고 한다. 왜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그대로 담겨있다. 그 과학적 원리와 간단하면서도 수많은 소리를 기록할 수 있는 뛰어난 언어라는 사실은 민족주의적 자부심이 아니라 해도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한글은 한국을 잘 알릴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한류드라마와 K팝의 인기와 함께 잘 드러나고 있다. 그들이 한국의 문화를 접하고 좋아하게 되면서, 이를 더 잘 알기 위해 한글을 배우는 현상은 외교관 수백명이 나서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싫어하던 영어도 좋아하는 팝송을 알기 위해 적어가며 사전을 뒤지던 우리의 지난날을 떠올리면 잘 알수 있지 않은가. 오히려 올바른 한글 사용의 모범이 되어야할 언론사와 질 낮은 TV 예능프로들이 한글을 망치는 주범으로 손가락질 받는 현실은 안타깝고 반성을 해야할 것이다. 김성진 선임기자/withy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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