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수사상황 브리핑을 위해 본관 5층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경찰은 이날 화성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 씨가 9차례 연쇄살인을 포함해 모두 14건의 살인과 30여 건의 강간 및 강간미수 범행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이미 범인이 검거됐던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이춘재가 최근 경찰 조사에서 범인이어야만 알 수 있는 의미있는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장은 10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경기남부지방청 2층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춘재로부터 범인만이 알 수 있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앞으로 더 구체적인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8차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 검증과 수사 관계자 대상 조사 등 두가지로 나눠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반 수사본부장은 “대상자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심문기법을 통해 범인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을 진술로 이끌어내는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동시에 자백이 맞을 경우를 대비해 경찰 수사의 과오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당시 수사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윤 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자백을 받은 경위 등에 대해서 수사중”이라고 말했다.
당시 윤 씨를 수사한 형사들은 모두 퇴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수사본부와의 최근 조사에서 “당시 국과수의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 등에 따라 윤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는데 국과수의 분석 결과를 믿고 확실하다는 생각에 윤 씨를 불러 조사했기 때문에 고문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상대로 한 당시 증거물 감정 결과 도출 과정에 대해서도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반 수사본부장은 “국과수를 상대로 당시 증거물 감정 도출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며 “특히 방사선 동위원소 분석결과 재검증과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의 혈액형 판별에 오류 가능성에 대한 확인을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현재 남아있는 8차 사건 당시 남아있는 증거물을 국과수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증거물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토끼풀과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기는 했으나 이 사건과 유사한 수법의 미제절도사건에서 용의자 흔적이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창호지 등이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으로 체모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했고, 경찰은 국과수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윤 씨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윤 씨는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확정받아 복역하던 중 감형받아 수감 20년 만인 2009년 가석방됐다. 그는 현재 “당시 고문당해 허위자백했다”며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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