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활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기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 해외 탈출 현상이 뚜렷하다. 2분기 기업 해외투자는 150.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3% 늘어났다. 2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반면에 국내투자는 2분기 0.4% 줄어 작년 2분기 이래 연속 감소세다. 외국인 국내투자도 상반기 전년 대비 45.2% 격감했다. 국내기업의 경영실적도 나빠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매출액 증가율은 ?1.1%로 1분기 ?2.4%에 이어 계속 감소세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율도 5.2%로 1분기 7.7% 대비 2.2%포인트 줄었다. 수출도 작년 12월 이후 10개월 연속 줄었다. 지난 1~7월 기간 중 수출이 8.9% 감소해 세계 10대 수출국 중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경제 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세계 경제가 하락 기조로 돌아섰고 갈수록 기업 비용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대내외 악재가 종합세트처럼 다가오는데도 경제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상태”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경제와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의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우리 경제의 위협요인으로 反시장적 정책과 잠재성장률 지속 하락이 지적되었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300인 미만 사업장의 주52시간 근무제 보완이 시급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부 차원의 보호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300인 미만 사업장 10곳 중 4곳이 준비가 미흡한 상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로는 56% 상당의 기업이 준비가 안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52시간 근무제는 중소기업에 상당한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을 초래한다. 영화제작, 연구개발, 방송, 조선 등은 3개월 탄력근무로 타격을 받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52시간 근무제로 연 9조원 인건비가 추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력근무제 관련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실질적인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경기 하강에 대처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국가채무 비율이 아직 위험한 수준이 아니지만 증가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와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다른 나라보다 재정 건정성을 보다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조사대상 43개국 중 부채 증가율이 아르헨티나, 중국에 이어 3위로 나타났다. 지방정부의 과도한 현금성 복지를 규제해야 한다. 경기도의 청년수당, 전라남도의 농민수당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재정 투입은 인프라 구축 등 생산성 있는 부문 위주로 하고 복지성 지출은 최소화해야 한다.
노동개혁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현대자동차 외부 자문위원은 “인력의 40%를 감축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자동차 산업의 환경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다. 미국의 9월 실업률은 3.5%로 50년래 최저치다. 유연한 노동시장과 자율적 노사관계가 가져온 성과다. 프랑스의 실업률이 2분기 8.5%로 감소하고 6만6000개 일자리가 창출된 배경에는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개혁이 자리잡고 있다. 고용유연성을 높이는 조치로 취임 당시 23%대의 청년실업률이 7월 19.2%로 급감했다. 블룸버그는 “유럽의 병자였던 프랑스가 건강의 상징이 되었다”고 논평했다.
규제개혁도 시급하다. 세계 104개 도시 핀테크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20위 안에도 못들었다. 중국은 1위 베이징 등 5개 도시가 10위권에 진입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 63개국 중 노동개방성 61위, 기업규제 50위로 나타났다.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규제 강도는 여전하다. 헬스케어 신생기업이 드문건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미국 중국 일본은 원격진료 모니터링 조제가 가능하지만 우리는 원격 협진만 허용된다. 친시장, 친기업 정책이 한국 경제를 살릴 마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