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에서 담당 재판부가 바뀌는 형사사건 중 83%는 변호인과의 연고관계 때문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른바 ‘전관예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재배당 제도를 도입했지만, 피고인이 입맛에 맞는 재판부를 고르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변호인과 연고 관계로 인한 재배당 제도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년여간 서울고법 형사재판부 재배당 사건 657건 중 546건(83%)이 모두 변호인과의 연고관계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고법은 전관예우 등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오해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2016년 8월부터 접수된 사건은 재판부와 일정한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선임됐다면 원칙적으로 재배당하기로 정했다.
그런데 피고인과 변호인이 불리한 선고를 내릴 것 같은 재판부를 피하는 수단으로 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법관의 배우자와 1촌이 변호사로 소속된 로펌과 4촌 이내 친인척이 구성원변호사로 근무하는 로펌이 사건을 수임하면 원 재판부는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권고한다.
그러자 피고인 측에서 원 재판부가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되면 고의로 연고관계가 있는 로펌을 선임하는 식으로 ‘재판부 쇼핑’을 한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변호사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변호인들이 과거 사건에서 경험한 법관의 성향을 토대로 불리할 것이라 예단을 가질 수 있다”며 “또는 재판 진행이 어느정도 진행됐을 경우에는 증거 채택을 잘 안해준다고 생각되면 선고 역시 불리해질 것이라 믿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해진 법적 절차를 자의적으로 변경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요즘은 재판부 쇼핑이 워낙 많아서 우리 부에서 처음 사건을 맡았다 해도 무조건 끝까지 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도 “재판부와 연고관계에 있는 변호인과 로펌을 필요에 따라 추가 선임할 수 있다는 것은 어느정도의 재력이 있는 사람들만 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연고관계에 있는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에는 재배당 요구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건이 ‘이미 심리가 상당한 정도 진행된 경우’라는 주관적인 기준을 정해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민경 기자]/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