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일로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드리면 안된다고 판단”
[헤럴드경제=박해묵 기자] 14일 오전 조국 법무부장관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추가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조국(54) 법무부 장관이 14일 돌연 사퇴의사를 밝혔다. 가족이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취임한지 35일만이다. 조 장관은 이튿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조 장관은 이날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사직 의사를 전했다. 당초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장관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던 조 장관은 돌연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며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검찰 특별수사부서 축소 등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2시간여 뒤 돌연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는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며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의식한 듯한 발언도 나왔다. 조 장관은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선 안된다고 판단했다”며 “제가 자리에 내려와야, 검찰개혁이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지난 10월 8일 취임한 이후 추진한 검찰개혁 과제들을 나열하며 “행정부 차원의 법령 제·개정 작업을 본격화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가 됐다”며 “어느 정권도 못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들의 덕분”이라며 앞으로의 검찰개혁에도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돼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며 “그렇지만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의 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조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57) 교수는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조 장관은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다”며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또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이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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