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국감’이 끝나자 ‘민원 국감’이 시작됐다.
지난 14일 밤 8시부터 11시까지 약 세시간 동안 이어진 서울지방경찰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 대한 한줄평 요약이다. 이날 오후 2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다. 두달여를 끌어온 ‘핫이슈’가 사라진 지 불과 6시간만에 열린 국감은 고성과 질타 대신 덕담과 민원이 오갔다. 긴 시간 서울시 국감을 마치고 온 의원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의원들은 저마다 질의 준비를 하며 손으로 턱을 괴거나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 몸의 피로를 덜려는 듯 보였다.
그나마 전날 서울지방경찰청 국감을 달군 하나의 이슈는 ‘버닝썬 부실수사’ 하나였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용표 청장에게 “윤 총경을 경찰은 기소하지 못했는데 검찰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며 “최종적으론 법원 판단이지만 제 식구 감싸기, 내부 기강 문제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도 “윤 총경이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뇌물죄가 빠졌는데 검찰에선 뇌물죄 알선 수재로 구속했다”며 “이것도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점을 꼭 지적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답하는 이 청장의 답은 대부분 ‘알겠다’ 정도로 건조했다. ‘버닝썬 게이트’를 이 청장이 직접 수사했던 담당책임자가 아닐뿐더러, 의원들의 추궁 역시 날이 서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6개월. 21대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다. 의원들은 지역구 표를 의식한 민원성 질의들을 심야에 이어갔다. 강서구가 지역구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성 안심 귀갓길 CCTV 설치 부분도 지역별로 편차가 너무 크다”며 “강서 같은 경우는 서울의 변방이고 낙후되고 슬럼화된 지역이 많다. 그런 지역일수록 경찰 치안의 손길이 더 촘촘히 엮어져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어 “개인적으로 경찰을 존중한다”, “수고하시라”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본인과 친분이 있는 서울청 직원들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7월 22일 서울시경에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김 의원 본인을 수사한 검사 3명을 고소해둔 상태다.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청장을 향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 소속 울산시장, 경남 쪽 등이 경찰에게 압수수색을 당했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며 “선거 임박해서 압수수색하고, 피의사실 공표해서 단체장을 도둑놈 만들어놓고 선거를 어떻게 하나”라고 했다. 이 청장이 서울청장 부임 직전 경남청장을 맡았단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는 삼권분립을 작동시키는 중요한 역할이자 국회의 의무다. 하지만 국감을 마비시키다시피 했던 조국 이슈가 사라진 직후의 국감 현장엔 훈훈한 민원들이 넘쳤다. 늦은 밤 지난했던 다른 국감을 마치고 자리한 의원들의 피로를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기관의 혼을 빼놓는 고성과 질타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제대로 된 의무의 이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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