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이 고비고비 살아왔기 때문에, 저들이 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고자 하는 거죠. 남의 아까운 시간을 뺏는 것은 도둑질이니까, 하나마나 한 얘기 말고, 죽을 힘을 다해서 얘기하는 겁니다.”
서울 용산구 최초의 4선 구청장, 성장현〈사진〉 구청장은 매해 예비군·민방위 훈련장에서 청년층을 향해 자신이 겪은 고생담, 인생 선배로서의 가르침 등을 연설에 담아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연설에 감명받은 지역 청년이 길에서 성 청장을 만나면 알은 체를 하거나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리기도 한다.
지난 10일 베트남 중부 빈딘성 투자설명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성 구청장은 사전에 투자설명회를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제게 딸이 넷이 있는데…”라고 운을 뗐다. 듣고보니 한국에 유학 온 베트남 학생들 얘기였다. 그에게선 젊은 세대를 향한 애민이 늘 묻어나온다.
성 구청장은 4선의 성공 배경으로 상전벽해 용산 발전을 이끌어 온 인물로서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으로 자평했다. 지난 5·6기를 지나오면서는 생각이 많아지고, 책임감이 더혀졌다고 했다. 또 ‘역사에 어떤 구청장으로 기록될 것인가’ 늘 고민한다고 했다.
그는 가장 내세울 만한 성과에 대해 묻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일이 없고, 모든 사업이 가치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곳간에서 인심나는 법”이라며 ‘용산구 숨은 재산 찾기’를 들었다.
2011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유재산 관리기금’ 조례를 재정, 구 재산을 매각해 생긴 돈을 새로운 재산 매입에 투입했다. 2012년에 한 평의 땅까지 찾아 ‘용산구 재산현황’ 책자를 발간하고, 지적공부를 일일이 대조하며 25개 필지를 반환 조치했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제주도 서귀포시 땅을 매입해 지은 ‘용산제주유스호스텔’은 사업 초기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2017년 4월16일 개원 이래 지난 6월까지 7만5000여명이 이용하고 구민만족도도 높아 구민들 사이에선 잘 한 일로 평가된다. 그는 “용산 발전을 가장 크게 견인했던 구청장, 바르고 정직하게 일했던 구청장, 일 참잘했던 구청장, 구의 수익을 가장 많이 늘린 구청장으로 기록되길 바란다”고 했다.
7기 역점을 둬 추진하는 사업으로는 ‘(가칭)구립치매안심마을’ 건립, 100억원 규모 ‘청년 일자리 기금’ 조성, ‘(가칭)장애인커뮤니티센터’를 꼽았다. 치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구립치매안심마을은 경기도 양주시 옛 구민휴양소 자리에 180억원을 들여 짓는다. 내년 착공해 2021년 준공한다.
박물관특구 사업에도 매진한다. 성 구청장은 “용산에 등록된 박물관만 11개, 미등록까지 포함하면 20개가 넘는다”며 “‘용산방(龍山坊, 조신시대 행정구역명)’이란 말을 쓴 게 100년이 넘었는데 ‘용산역사박물관’, 또 100여개가 넘는 대사관과 대사관저, 1만5000여명이 외국인이 살고있는 지역으로서 ‘다문화박물관’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옛 철도병원 적벽조 건물을 리모델링해 건립하는 용산역사박물관은 2022년 개관을 목표로 연구용역을 마치고, 내년 3월 중앙투자심사를 받는다. 성 구청장은 “지난 5~6년전서부터 유물수집위원회를 둬 유물을 수집하고, 용산 관련 옛 사진들을 기증받고 있다. 용산은 서울의 가장 중심이고, 문화재를 많이 갖고 있는 구다. 김구박물관이 있고, 용산4구역에는 기부채납으로 서울도시건축박물관을 넣는다. 크고 작은 박물관들을 묶어 박물관특구를 상품화하고, 분야별로 해설사를 준비시켜 투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