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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동성 위기라더니, 노조에 다 퍼준 교통공사
연말께 3141억원 자본잠식 우려 제기 뒤 ‘퍼주기’
2000년 이전 입사자 근속승진, 하위직처우개선 숙제로 남겨
책임없는 경영진, 인건비 증가분 시민 부담으로 떠넘겨
서울 시민들은 매해 지하철 노조의 총파업 엄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6일 박원순 시장이 참여한 가운데 교통공사 노사가 임금협상에 합의를 봤다.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지난 16일 임금단체협약에 합의 타결을 보면서, 지난 5월 시내버스 파업 직전까지 갔던 버스 노조에 이어 또 한번 시민을 볼모로 한 벼랑 끝 전술이 통했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양측은 크게 ‘인건비의 1.8% 인상’, ‘246명 신규채용’ ‘내년 1분기 안에 4조2교대 확정실시’ 등에 합의했다. 노조는 ‘임금피크제 폐기’도 요구했지만 이는 애초부터 정부의 정책 판단에 좌우될 부분으로서 서울시나 공사가 나서기 쉽지 않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임금피크제 카드가 활용된 부분이 없지 않다. 실상 노조가 챙긴 실익이 적지 않아서다. 자금 유동성 부족 위기를 들어 서울시에 손을 벌렸던 공사가 재정건전화 방안 등 자구노력은 내놓지 않은 채 노조에 ‘퍼주기’ 했다는 비판이 나올법한 대목이다.

17일 공사와 노조에 따르면 공사는 올해 조합원 임금을 2018년도 총인건비(7965억원) 대비 1.8% 올리기로 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예산편성지침 상 최대폭이다. 자연증가분 1.4%는 별도다. 180억원 가량의 인건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인상분은 지난 1월1일자로 소급 적용돼 내년 1월에 만기근무자에 대해 지급된다. 공사는 올 여름에 공채 821명을 모집했다. 여기에 더해 5호선 하남선 연장에 따른 인력(215명) 등 246명을 더 증원한다. 조문수 공사 노사협력처장은 “하남선 구간은 하남시로부터 위탁받는 수탁사업으로 해당 구간 인건비 증가분은 수탁사업 수입에서 나오며, 6호선 신내역 신설에 따른 인력 증가인원은 노선이 늘면 수입도 늘어나므로 공사의 재정부담분은 크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하남선 구간 수탁기간은 ‘5년+5년(추가)’으로 10년간으로 수탁계약이 종료되면 공사는 하남선 구간 근로자의 고용을 승계해야한다.

이 밖에 노조는 공사 통합 이전 1~4호선 근무자와 5~8호선 근무자간에 달랐던 복지포인트 제도를 일원화하고, 연중·하계휴양소 객실 수 확대도 끌어냈다. 휴양소 규모와 소요예산은 연중은 1만1500실, 4억8300만원이며, 하계휴양소는 1만20실, 15억3000만원이다. 노조는 전직원 1인 1실 수준으로 점진적 확대를 요구했다.

또한 공사 통합 전 업무관련 징계자의 징계기록도 내년 상반기 중 삭제하기로 했다.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발행한 분쟁 관련자에 대해 추후 일체의 민형사 및 징계 조치를 하지 않기로했다.

노사가 총파업 직전까지 갈등을 보인 부분은 단체협약 중 부대약정인 ▷장기근속승진 ▷하위직처우개선이다. 조합은 2000년 이전 입사자 중 5급 직원들을 내년 상반기까지 단계적으로 승진을 요구했다. 대상은 모두 1703명이다. 조합은 또 통합 시 직급체계 개편으로 불이익을 받은 7급 직원(2017년5월31일 이전 입사자)의 불이익 해소를 요구했다. 공사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출근길 대란은 피했지만 공사의 재정 부담 증가 등 장기적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몫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대해 한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이 직접 협상장을 찾고 서울시 고위직들도 협상타결을 압박해 협상주도권이 노조에 넘어갔다”며 “파업을 막은 것은 서울시가 생색내고 욕은 교통공사가 모두 먹게 됐다”고 했다.

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사 수입은 1조1676억원이며 지출은 1조6011억원으로 4500억원 가량 적자이며, 하반기에는 수입 1조7547억원, 지출 2조688억원을 예상, 연말께 3141억원이 부족자금이 발생한다. 이는 수송원가(1456원)에 비해 평균 운임이 946원으로 낮아 승객 1인 당 510원(원가보전율 65%)의 적자 구조에서 비롯된다. 공사는 2015년6월 200원 올린 뒤 4년여간 인상하지 못한 운임료를 현실화하는 논의를 내년 총선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서울시는 내년도 지하철 분야 출자 예산을 4794억원으로 올해(추경 포함 1850억원) 보다 2944억원 늘렸다.

공사가 계속해 노조 요구를 전폭 수용하는 것은 경영진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여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전 공사 통합 반대 글에서 “주주 대신 국민이 ‘주인’이고, 경영진이 대리인인 ‘주인-대리인의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날 수 있다. 공기업은 손실을 입더라도 정부가 예산을 메꿔어주기 때문에 경영진의 규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서울특별시의회는 지난 임시회에서 ‘서울교통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사장이 ‘경영성과에 책임을 진다’는 규정을 명문화했지만, 실질적으로 규율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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