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 3000만원 액수도 과도
지난 5월 발생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에 대해 법원이 강간미수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집에 들어가려 했던 행위만으로는 강간시도 행위의 착수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원이 무죄 선고를 내린 이유다. 해당 남성은 피해자에게 3000만원의 합의금을 건넨 것으로 재판에서 확인되면서 수사 당국이 과도한 법 적용으로 합의금 액수만 높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7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속 남성 조모(30)씨의 강간미수 혐의 무죄 판결에 대해 “판사가 판결한 사항이라 입장을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어간 사건이고 당시 온라인상의 비난 여론 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법 적용이었다”고 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 내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율사 출신들이 모여서 강간미수 적용 여부에 대해 내부 검토를 했다. 그래서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했다”며 “기소는 검찰이 했으니 검찰도 관련 법령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사건을 기소했던 수사부에서 항소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1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입강간)등 혐의로 기소된 조 씨에게 “성범죄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야기한 사실만으로도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원은 강간미수 혐의는 무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말을 걸기 위해 뒤따라 갔다는 피고인 주장을 완전히 배척할 수 없다”며 “설령 피고인에게 강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행에 착수한 것이 인정돼야 미수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당국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한국 법원은 성폭력 처벌에선 유독 ‘협의(狹意)’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홀로 사는 1인 여성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선 법 해석도 바뀌어야 한다”며 “1심 무죄 선고와는 무관하게 성폭력 범죄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판례를 쌓아나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1심 판결인만큼 2심, 3심도 지켜봐야 한다”며 “법원에서도 주거침입은 죄질이 나쁘다고 집행유예를 안 주고 실형을 주지 않았나”라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조 씨는 피해자에게 합의금으로 3000만원을 줬고 피해자도 더 이상 처벌을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 누리꾼은 “저런 것까지 강간미수로 처벌하면 모든 주거침입이 강간미수로 연결돼 과잉 처벌될 가능성이 열린다”며 “다만 일반적인 주거침입 수준을 넘어서서 너무 악질적으로 주거침입을 했기에 실형 선고가 마땅하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이 법은 강력범을 양성한다.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젊은 남자가 왜 들어가려고 했겠나”라고 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사건과는 별개로 주거침입죄 합의금이 3000만원인가”라며 “특수강도, 준강간, 중대상해죄랑 비슷하다”며 합의금 액수가 과도했다고 비판했다.
박상현 기자/po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