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미국이 주최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장소를 자신이 소유한 도럴 골프 리조트로 결정했다.
대통령이라는 공적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려 한다는 ‘이해 충돌’ 논란이 지속돼온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해외 사업 부당 이득 의혹을 공격하고 있는 터라 ‘이중잣대’ 비판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 브리핑에서 2020년 6월 10∼12일 G7 정상회의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 도럴 골프 리조트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멀베이니 대행은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12개의 후보지를 대상으로 검토 작업을 벌인 끝에 도럴이 이번 회의를 위해 단연코 최적의 시설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번 행사는 원가 기준으로 진행될 것인만큼, 다른 장소에 비해 수백만 달러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럴 리조트가 입지나 규모 면에서 G7을 개최하기에 이상적인 장소라고 노골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대통령 본인과 그의 아들인 에릭 트럼프가 개인 사업과 공직 수행을 분리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위배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WP는 이번 결정이 “근대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수백명의 외교관과 언론, 보안 요원들이 재정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리조트에 모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 충돌 논란을 재점화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 충돌 논란에 대한 의회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고 비판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결정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소유의 사유지에서 국제 행사를 연다는 발상이 ‘이해 충돌’에 해당하며 “부패의 징후”라고 비난하면서 하원 법사위원회 등의 조사를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개인 사업을 통해 외국 정부로부터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 등과 관련해 2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다. 그는 미·중 정상회담, 미·일 정상회담 등 공적 행사를 자신이 소유한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개최해 이해 충돌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 최근에는 미 공군이 트럼프 대통령 소유 부동산인 ‘트럼프 턴베리 골프 리조트’에 인접한 스코틀랜드 민영공항 프레스트윅을 중간급유지로, 해당 리조트를 숙소로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