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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자 패권 경쟁, 韓 잠재력 충분…3년 내 美·EU 따라잡는다”
곽승환 IDQ 부사장 인터뷰…"인재 유치·투자 절실"

글로벌 양자 전쟁 '불꽃'…美·中·EU 조 단위 투자 

SKT·IDQ, 美·EU 양자암호통신망 잇단 수주 쾌거

곽승환 IDQ 부사장 [정윤희 기자 yuni@]

[헬싱키(핀란드)=헤럴드경제 정윤희 기자]“결국 문제는 투자입니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금 움직여야 합니다. 정부, 대기업이 마음만 먹는다면 3년 내에 우리나라가 미국, 유럽을 따라잡을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글로벌 양자정보통신기술 패권 전쟁이 달아올랐다. 미국, 중국은 조 단위 투자계획을 내걸고 미래 산업 지형을 바꿀 양자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가 하면, ‘양자물리학의 원조’ 유럽(EU)은 ‘제2차 양자혁명’ 선도를 위한 ‘퀀텀 플래그십’을 출범시켰다.

지난달에는 구글이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리는 수학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3분 20초만에 풀어냈다. 이른바 ‘양자 우월성’이다. 5G 이동통신 시대가 열리면서 양자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유럽 퀀텀 플래그십 이벤트가 열린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 회관에서 곽승환(사진) IDQ 부사장을 만났다.

IDQ는 스위스 양자 ICT 기업으로 양자암호통신 원천기술을 보유한 세계 1위 기업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IDQ에 약 700억원을 투자했으며, 사내 양자기술 연구소(퀀텀테크랩) 조직을 IDQ와 통합했다. 곽 부사장은 SK텔레콤 퀀텀테크랩장을 역임하는 등 지난 2005년부터 이 분야에 매진해 온 전문가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해외에 나가있는 한국 인재를 초빙하면 양자기술에서 미국, 중국 등을 충분히 쫓아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양자기술은 갈 길이 멀다. 올해 초 정부가 양자컴퓨팅 핵심 기술개발에 5년간 445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세계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양자기술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등과 비교해 6년 가량의 기술격차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열린 퀀텀 플래그십 컨퍼런스에서도 양자기술과 관련된 선도 국가로 언급된 곳은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뿐이었다.

이에 대해 곽 부사장은 “IDQ를 한국회사라고 보면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는 절대로 우리나라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곽승환 IDQ 부사장 [정윤희 기자 yuni@]

양자기술은 크게 복잡한 연산을 단 시간에 풀어내는 양자컴퓨팅과 해킹을 원천 차단하는 양자암호통신으로 나뉜다. 양자컴퓨팅이 창이라면, 양자암호통신은 방패인 셈이다. 이중 양자암호통신의 경우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곽 부사장은 강조했다.

실제로 SK텔레콤과 자회사 IDQ는 미국과 유럽의 양자암호 통신망 구축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IDQ는 EU 산하 ‘퀀텀 플래그십’이 스위스, 독일, 스페인 등 주요국 약 1400km에 구축하는 양자암호 시험망에 양자키분배기(QKD) 1위 공급사로 참여한다. 지난해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미국 최초의 양자암호 통신망 구축에 참여한 데 이은 것이다.

다만, 양자컴퓨팅 분야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곽 부사장은 “양자암호통신이 아닌 양자센싱,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상당한 잠재력이 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그는 우리나라의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봤다. 양자기술의 발전에는 기존 ICT 기술 기반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여러 ICT 기술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양자기술 경쟁에서도 치고 나갈 저력이 있다는 얘기다.

곽 부사장은 “우리나라도 양자기술과 관련한 뛰어난 인재들이 많으나 대부분 미국, 중국, 캐나다 등 해외에 나가있다”며 “이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투자, 지원을 해주고 대기업들을 매칭해주는 등 국내로 인재를 유치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이 마음만 먹는다면 인텔, IBM 등을 따라잡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삼성전자가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알리로’에 약 32억원(27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고무적인 움직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곽 부사장은 “아직도 양자에 대해서는 사이언스냐 엔지니어링이냐 등 헤게모니 싸움이 일부 있으나 양자기술은 공상과학이 아닌 현실”이라며 “현재 정부가 양자정보통신 진흥계획을 마련 중이고, 국회서도 양자산업 육성과 지원을 위한 법안이 발의된 만큼, 보다 강력하게 양자정보통신에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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