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의 철두철미한 준비, 기업부터 키우기, 창업 의지가 더 중요”
지난달 열린 G밸리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 수상자인 김태준(오른쪽) 올트 대표와 시상자인 조성태 한국산업단지공단 산단혁신본부 상무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저 같은 청년들이 이런 곳(제조업)에 관심이 좀 없어요. 있어 보이지 않잖아요. 저도 처음에는 투자받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해 유통 매출을 키우며 생존부터 해야했지요. 이제는 시장성을 인정 받아 투자도 받고, 기술 개발도 하고, 상도 받았습니다.”
스타트업의 요람 ‘2019 G밸리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인 산업자원부장관상을 받은 김태준(34) ㈜올트 대표의 말이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사태의 여파인 지 올해 G밸리 창업경진대회에선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달리 보는 시선이 읽힌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창업경진대회 본선인 데모데이 발표팀 13개팀 가운데 제조업이 4곳, 올트처럼 전통산업과 사물인터넷(IoT) 등 4차혁명 기술을 결합한 융합 형태가 3곳으로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 대회 입상기업이 대부분 빅데이터, 인공지능(AI), IoT 등 신기술과 서비스에 집중됐던 것과 달라진 흐름이다. 청년 창업 아이템으로 소부장이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올트는 스마트공장 재고관리 솔루션 업체다. 그 중에서도 볼트, 너트에 특화돼 있다. 지능형 저울을 활용해 기업이 볼트, 너트 등 부품이 일정 제고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 발주해서 채워주는 서비스다.
지난달 열린 G밸리 창업경진대회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올트 창업자인 김 대표는 “기계, 플랜트,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작게는 2㎜부터 크게는 사람 크기까지의 부품을 쓴다. 대형 제조업체는 볼트, 너트로 연간 50억원을 쓴다. 볼트, 너트는 우주산업, 조선소, 교량, 가구, 전자제품 등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이를 스마트하게 관리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상용화하면 사업성을 무시 못하겠다 싶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부품 제작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동기가 됐다. 부품 재고관리가 어려워 해외 사례(나스닥 상장사 패스트너)를 벤칭마킹하다 스마트공장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했다. 그는 창업하기 2년전서부터 창업 선배들을 만나 생태계를 배우는 등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고 했다. 그 결과 지금은 대기업 1곳, 중소기업 1곳과 납품 계약을 맺었고, 2017년 창업 이후 누적매출 35억원, 올해 예상매출 15억~18억원에 이르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는 예비 창업인에게 할 조언으로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되, 나무를 간과하지 말자’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나무는 제품이고 숲은 회사 운영인데, 기업인으로서 기업 가치나 운영 전략 등 크게 봐야한다. 구멍가게만 생각하면 어렵더라”고 했다.
지난해 이 대회 대상 수상자도 창업 준비를 철저히 할것, 아이템에 목매지 말 것 등을 조언했다. 임세라(31) 마블러스 대표는 카이스트 MBA 창업과정을 밟은 뒤 한양대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박사과정으로 실감형 콘텐츠를 연구하며 2~3년간 준비했다. 그는 XR(VR, AR, MR, 홀로그램 등) 실감형 기술을 접목한 외국어교육 솔루션을 개발해 교원그룹에 납품하는 실적을 냈고, SK텔레콤 5G 서비스에도 독점 제공 중이다. 마블러스가 지난 8월 내놓은 ‘스피킷(SPEAKIT)’은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호텔예약, 입국심사, 유명 관광지 여행 등 현지에 가지 않아도 360도 가상현실 속에서 실감나게 영어회사를 배우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임 대표는 “외국어 교육은 ‘레드오션’ 분야일 수 있지만 우리와 같이 VR을 활용한 유사한 솔루션이 없다보니 기존 교육회사도 관심갖고, 한국 뿐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반응이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임 대표는 “처음부터 대박 터지는 아이템은 없다. 최근엔 정부 지원도 많고 액셀러레이팅 기관이 적지 않으니 이를 활용하면 아이템은 점차 정교해진다”면서 창업자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