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위반·증거인멸 우려
영장에 뇌물수수 혐의는 적시 안돼
구속땐 조국전장관 수사에도 영향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서 검찰 직원이 오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날 오전 정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연합] |
조국(54) 법무부장관 수사의 핵심 인물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 여부가 이번주 판가름난다. 주가를 조작하고, 상장사 자금을 빼돌려 임의로 사용하는 등 10개 혐의가 적용된 데다, 증거인멸 정황도 있어 구속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정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세 갈레로 나뉜다. 딸의 입시 과정에서 위조된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제출하고,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사모펀드 운용사를 통해 상장사인 더블유에프엠(WFM) 주가를 조작하고 회삿돈을 빼돌리는 데 가담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투자사 직원 김경록 씨를 시켜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받는다.
법원은 조만간 정 교수에 대한 영장심사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23일께 영장심사가 열리고, 이날 밤 늦게 혹은 24일 새벽에 구속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총 7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시간 절반 이상을 조서 열람에 사용하면서 일정이 지연됐고, 그동안 검찰은 내부적으로 영장 청구 방침을 세우고 적용혐의 검토 과정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정 교수의 구속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증거인멸을 시도한 점은 정 교수에게 불리한 정황이다. 정 교수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된 직후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모 씨를 동반해 동양대 연구실의 데스크톱 PC를 외부로 빼냈다. 학교 CCTV를 통해 PC 반출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김 씨의 차량 트렁크에 은닉돼 있던 PC를 제출받았다. 김 씨는 또 정 교수의 요청에 따라 사용하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기도 했다. 김계리 변호사는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이 구속영장 발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데, 자본시장법 위반은 형량이 무거운 중대 범죄에 속한다”며 “증거인멸 우려도 그간의 행태를 보면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정철 변호사도 “범죄수익은닉의 경우 다른 사람의 범죄수익을 배분받거나 취득했을 때 적용되는데, 죄질이 무겁다”며 “검찰이 어디까지 밝혀냈고, 향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추가 혐의도 적용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 교수가 건강 문제를 호소하고 있어 이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김형준 변호사도 “증거인멸 정황과 자본시장법 위반은 기본적으로 형량이 높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은 높다”면서도 “건강이 핵심변수가 되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뇌종양과 뇌경색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정식 진단서나 MRI, CT 등 자료는 따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친동생도 웅동학원 채용비리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조 전 장관 동생 영장을 기각하면서 건강 문제를 언급했다. 정 교수에 대한 조사 일정이 길어지면서 총 7차례 검찰에 출석한 점도 변호인 측에서는 도주 우려가 낮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영장청구서에는 아직 뇌물수수 혐의가 기재되지는 않았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지난 2일과 15일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등 일가가 115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고 고발한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017년 3월부터 2019년 5월까지 더블유에프엠(WFM)과 익성, 아이에프엠(IFM)과 같이 코링크PE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의 공시자료를 분석해 이들이 조 전 장관 일가에 115억 원 가량의 뇌물을 줬다고 주장했다. 주가조작 등을 포함한 총 범죄 금액은 약 280억 원으로 추산했다. 직접뇌물죄는 직무관련성이, 제3자 뇌물 혐의는 대가성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센터의 고발을 받기 전인 수사초기부터 익성 자금으로 코링크PE가 설립된 것으로 보고, 관련 업체들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구속·소환 조사했다.
정 교수의 구속 여부는 이번 수사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만약 구속 영장이 기각될 경우 검찰 수사는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수사가 과하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정 교수가 건강 문제로 조사에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 반면 검찰이 정 교수의 신병을 확보한다면 최장 20일 동안 조사를 벌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 전 장관에 대한 직접 조사 여지도 그만큼 커진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