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수세 몰린 트럼프, 공화당에 결집 주문
시리아·G7 결정 번복…WP "트럼프, 공화당의 압력에 좌절하고 있어"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료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의 탄핵 조사가 나날이 속도를 더해가자, 대통령직의 명운이 달린 '최대 정치적 위기'에 봉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 기반인 공화당 간의 균열이 가시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의혹으로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가뜩이나 정치적 부담이 심화된 상황에서, 시리아 철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지 결정 등 대통령의 잇따른 '악수'에 대한 공화당 내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면서다.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을 '악의적인 적'이라고 규정, 공화당이 탄핵을 방어하기 위해 충분히 뭉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 이후 자신의 탄핵 가능성을 시사한 공화당 밋 롬니 상원의원을 언급하며 "민주당은 악랄하지만 단단히 뭉쳐있다. 그들에겐 밋 롬니와 같은 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들이 와해되는 것을 절대 보지 못할 것"이라면서 공화당 역시 세 결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20일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공화당은 언제쯤 (민주당에) 반격할 것인가"라며 불만을 내비쳤다. 잇따른 증인 소환과 새로운 폭로들로 민주당의 공세가 여론 몰이를 톡톡히 하고 있는 동안, 대응은 커녕 내부 분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당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정작 공화당 내부의 사정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탄핵 조사가 진행될수록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분노한 인사들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려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의혹으로 이미 불안해하고 있는 공화당원들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들이 더 불편해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대통령의 거듭된 헛발질은 일촉즉발 상태였던 당 내 불만이 터져나온 촉매제가 됐다.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선언하자 철군에 반대하는 초당적 목소리에 앞다투어 힘을 실었고, G7 정상회의를 자신의 리조트에게서 개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도 '사익 추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렇다고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뜻에 반발하는 당을 마냥 규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탄핵이 임박하면 할수록 자신의 지지기반인 공화당의 지원이 더욱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적으로는 당의 여론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NYT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 국경 근처 동부 시리아에 약 200명의 미군 병력을 유지하는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G7 개최지를 번복한 결정적 계기도 민주당의 반발이 아닌 공화당의 반대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G7 개최지와 시리아 문제에 대한 입장 변화는 공화당의 압력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좌절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비판 속에 자신의 지지 기반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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