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중 205명 채용 과정서 성차별 경험
개선돼야 할 조직문화로 야근·나이주의 꼽아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여성은 30살이 넘어서 면접을 보면 결혼유무나 출산할 생각이 있는지 꼭 물어봐요. 남성한테는 그런 질문자체도 하지 않는데…”
한국의 주력산업으로 꼽히는 ICT(정보통신)분야 여성고용률은 30%대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전체 산업분야 여성고용률 42%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청년 여성들은 역량을 갖춘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ICT를 비롯한 과학기술 산업분야에 채용되지 않거나 진입 후에도 고용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서울소재 ICT 분야 재직 청년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중 234명(46.8%)이 채용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했고 이 중 성차별을 경험한 응답자는 205명(87.6%)으로 나타났다. 성차별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결혼여부 차별 28.2%, 경력차별 21.8%, 나이차별 17.5% 순으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 가운데 한국의 전반적인 ICT 기업이 청년여성 채용의 적극성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60.8%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적극적이라는 비율은 13.2%에 불과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관계자는 “ICT 기업이 청년여성 채용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력단절로 인한 업무공백과 재직자 교육·훈련 투자의 회수율 저하를 미리 염려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ICT분야 15년차 경력의 워킹맘인 한모 씨는 “결혼을 안한 20~30대 미혼여성은 결혼문제를, 결혼한 여성은 출산·양육문제 등이 항상 따라 다니는데 같은 나이대에 남자는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다”며 “이는 아직도 한국사회가 여성에서 가정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증거이고 결국 이런 고용불안정성은 여성 인력 고용을 꺼리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무조건적인 배제부터 교묘하게 임금 수준으로 차별하는 경우 등 다양하게 여성 지원자를 차별하는 경우가 아직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설문 가운데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조직문화로는 야근문화(27.6%)와 나이주의(23.4%)를 꼽았다. 이어 직급우선주의(14.4%)와 회식문화(13.87%)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조직문화 인식은 개인적 배경인 연령과 혼인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20~27세로 연령이 낮은 축에 속한 여성들은 가장 먼저 회식문화를 두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다른 연령대에서는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조직문화는 야근문화와 나이주의였다. 기업유형으로 살펴보면 벤처+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서 가장 많이 개선이 필요한 조직문화로 제기된 것은 야근문화였고 개인사업장에서는 나이주의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또 조직문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비율은 24.2%로 나타났으며 해당문제가 시정된 경우는 28.9%에 그쳤다. 즉 문제를 인식하더라도 실제로 문제제기를 하는 비율도 낮지만 어렵게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실제 시정노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3분의1도 되지 않는 셈이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경우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인지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문제가 시정되지 않은 가장 큰 원인으로는 중소기업의 경우 대표의 인식 부족, 대기업은 임원의 의지 부족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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