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23일 법원에 출석해 7시간 가까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입시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고 주식 작전세력에 가담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 측은 “수사 과정이 불공정했다.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전체가 과장 또는 왜곡됐으며 법리 적용도 잘못됐다”며 11개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정 교수는 이날 오전 10시10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재판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심문을 마친 정 교수는 영장 발부 여부가 전해질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한다. 구속될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어도 24일 새벽 결정된다.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오전 11시께 영장실질심사를 시작해 6시간50분 만인 오후 5시50분께 끝냈다. 점심식사와 휴식을 위해 오후 1시20분께부터 50분가량 휴정했다가 오후 2시10분께 심문을 재개했다. 2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4시에도 20분간 쉬어 실제 심문에는 5시간40분이 소요됐다. 정 교수는 김밥 등으로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구속영장 청구서에 ▲ 딸 조모(28)씨의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 등을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사용한 업무·공무집행 방해 ▲ 사모펀드 투자금 약정 허위신고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차명주식 취득 ▲ 동양대 연구실과 서울 방배동 자택 PC 증거인멸 등 모두 11개 범죄 혐의를 적시했다.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을 변론한 김칠준 변호사와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김종근 변호사 등 6명이 정 교수 방어에 나섰다. 검찰도 반부패수사2부를 중심으로 10명 안팎의 검사를 대거 심문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2시간20분간 진행된 오전 심문에서 입시비리 관련 혐의를 주로 물었다. 검찰은 “정 교수와 가족이 사회적 지위와 인맥을 이용해 허위로 스펙을 쌓고 입시에 부정하게 활용했다. 입시제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렸다”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정 교수 측은 “인턴 등을 어느 정도까지 ‘허위 스펙’으로 볼지, 어떤 경우에 형사처벌을 할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론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심문을 마치고 나와 "우리 사회가 함께 기준을 세워나갈 문제이지, 곧장 구속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오후에 재개된 사모펀드 관련 혐의 심리에서 고위 공직자의 부인이 무자본 인수·합병 세력에 차명으로 거액을 투자하고 불법적으로 얻은 수익을 은닉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교수 측은 사모펀드의 실제 운영주체를 검찰이 오해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70억원대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7)씨 범죄 혐의를 정 교수에게 무리하게 덧씌웠다는 것이다.
검찰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와 범죄수익 은닉 혐의는 정 교수 이외 다른 사람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검찰이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잘못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사 착수 직후 자산관리인을 시켜 PC 하드디스크를 은닉하는 등 이미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구속수사가 필요한 이유로 제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인사청문회와 본격 수사착수를 전후해 주요 참고인에 대한 광범위하고 집중적인 접촉이 이뤄진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발급과 사모펀드 운용보고서 작성 지시 등 혐의와 관련해 향후 조 전 장관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고, 영장에 적시한 혐의 이외에도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말 맞추기' 등 추가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논리도 폈다.
정 교수 측은 증거인멸 혐의 역시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며 사실을 확인하고 해명하려는 과정이었다고 변론했다. 변호인단은 “증거를 인멸할 고의가 없었다”고 했다. 정 교수가 일곱 차례 출석 요구에 성실히 응해 도주 우려가 없고 광범위한 강제수사로 증거가 상당 부분 수집된 점도 불구속 주장의 근거로 댄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심문에서는 최근 뇌종양·뇌경색 진단을 받은 정 교수의 건강 상태가 수감생활을 견디기 어려운 정도인지에 대해서도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검토가 이뤄졌다.
정 교수 측은 CT(컴퓨터단층촬영)와 MRI(자기공명영상) 자료, 신경외과 진단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구속을 감내하는 데 충분히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 구체적인 건강상태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 교수는 영국 유학 중이던 2004년 사고로 두개골 골절상을 입은 이후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변호인단은 전했다. 검찰 소환조사 때도 뇌기능과 시신경 장애,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으로 장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지 못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건강에 여러 어려움이 있고 자료도 방대하기 때문에 변호인들과 충분히 협의해 재판을 준비해야 비로소 공정한 저울이 될 수 있다.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도 불구속 수사가 돼야 한다는 취지로 변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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